추월 당하자마자 '두 손 번쩍' 런쯔웨이, 이번엔 안 통했다

박장혁 "본인 경기 많이 되돌려보길" 일침

↑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승 3조에 출전한 박장혁이 인코스를 파고들자 중국 런쯔웨이가 과장된 액션을 취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중국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런쯔웨이가 준결승 경기에서 한국 국가대표 박장혁에게 역전 당하자 두 손을 번쩍 드는 할리우드 액션을 취해 보였습니다. 박장혁은 "자신의 경기를 많이 되돌려봤으면 좋겠다"는 일침을 가했습니다.

런쯔웨이의 할리우드 액션이 나온 건 지난 9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승 경기였습니다. 런쯔웨이와 박장혁은 준결승 3조에 함께 속해 달리고 있었고, 박장혁은 2바퀴만을 남긴 채 런쯔웨이를 추월했습니다. 이 순간 런쯔웨이는 양팔을 번쩍 든 채 반칙을 당했다는 듯한 행동을 취했습니다.

이후 박장혁은 결승 진출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2위로 통과를 했고, 런쯔웨이는 박장혁 뒤를 이어 3위로 통과했습니다. 선수들이 숨을 고를 동안 심판은 비디오 판독을 진행했고, 1000m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연이어 실격 당한 경험을 했던 한국 대표팀은 결과를 숨죽여 기다렸습니다.

↑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박장혁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승 3조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오른쪽은 중국의 런쯔웨이. /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런쯔웨이는 실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심판은 오히려 런쯔웨이가 다른 선수에게 반칙을 저질렀다고 판단했습니다. 런쯔웨이는 카자흐스탄 국가대표 아딜 갈리악메토프를 팔로 막았다는 지적을 받고 실격됐습니다.

런쯔웨이를 포함해 1500m에 출전한 중국 선수 3명은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이후 런쯔웨이는 중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를 마치고 페널티를 받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어떻게 하면 금메달을 딸지 고민하다가 디테일을 놓쳤다"고 실격 당한 상황에 대한 입장을 전했습니다.

↑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준서, 박장혁과 기뻐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박장혁은 런쯔웨이의 '두 손 번쩍' 행동은 보지 못했다면서도 "직접 못 봐서 조심스럽지만 본인 경기를 많이 되돌려봤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또 심판진이 페널티를 선언했다면 장비를 집어 던졌을 것"이라며 "상당히 깔끔하게 들어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황대헌 선수 역시 앞선 실격 판정을 염두에 두고 레이스에 임했습니다. 황대헌은 1위를 차지한 후 "1000m도 깔끔한 경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더 깔끔한 경기를 준비했다"며 "깔끔한 경기 중에 가장 깔끔하게 경기를 하는 것으로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에는 "아무도 나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한편, 런쯔웨이의 할리우드 액션을 두고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당시 미국의 오노 선수가 한국의 김동성에게 역전 당했을 때 두 손을 올린 장면이 겹쳐진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때 오노는 자신이 방해를 받았다는 듯한 액션을 취했고, 김동성의 반칙이 인정되면서 오노가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해당 경기로 인해 편파 판정 논란이 한 차례 제기된 이후, 쇼트트랙에는 비디오 판독 제도가 처음 생겼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