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위구르 우대, 친환경 이미지 안간힘에도…
‘환경파괴 올림픽’ ‘기자 봉변’ ‘텃세 판정’
한국선수단 8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
1억 명의 하루 식수를 인공눈으로 만드는 ‘환경파괴 올림픽’, 생중계 중인 외신기자가 강제로 끌려 나가는 ‘봉변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장의 ‘중국 텃세 판정’. 지난 4일 개막, 대회 닷새째를 맞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초반부터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외교적 보이콧을 한 미국 등 서방 세계를 겨냥, 개회식에서 인권 사각지대 신장위구르 지역 출신 선수를 성화 최종주자로 기용한 중국은 웅장한 성화대 대신 2명이 함께 든 작은 성화봉의 성화가 17일간 베이징 국가체육장을 밝히게 했다. 언뜻 보면 중국이 신장위구르 지역 주민을 우대하고 대회 기간 엄청난 연료가 소요되는 성화대를 없애 환경보호에도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대목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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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대헌(오른쪽)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쇼트트랙 1000m 준결선을 1위로 마치고도 추월하다 반칙을 범했다는 석연치 않은 판정 때문에 탈락했다. 사진=AFPBBNews=News1 |
하지만 5일부터 베이징 인근 장자커우(張家口)스키장에서 열린 스키, 스노보드 등 설상 경기를 보면 중국이 이번 대회를 위해 얼마나‘반(反)환경 올림픽’을 준비해왔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미국 CNN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소식통을 인용, 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중국은 약 4900만 갤런(1조8548억L)의 물을 전력을 사용, 인공눈을 만들어 뿌렸다는 것. 이는 약 1억 명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 평소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온 장자커우 지역은 연평균 강설량이 200mm 불과하다.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도 중국 전체 평균의 20%도 안 되는 건조한 지역이다. 개회식에서 올림픽 사상 가장 작은 성화를 선보인 장이머우(張藝謨) 총감독은 “연료가 대량으로 쓰이는 대형 성화를 배제한 것은 중국 정부의 친환경 올림픽 정책을 위한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개회식 생중계 기자, 보안요원에 끌려 나가
한편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생중계하던 외국 기자가 붉은 완장을 찬 보안요원에게 끌려 나가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공영방송(NOS)에 따르면 지난 4일 밤 베이징 국가체육장 밖에서 생중계하던 이 방송 특파원 슈르트 덴다스 기자가 ‘치안 자원봉사자’라고 쓴 붉은 완장을 두른 보안요원에게 끌려 나갔다. 이 요원은 “지금 생방송 중이다”라고 말하는 덴다스 기자에게 다짜고짜 “앞으로 가라”며 막무가내로 끌고 나갔다. 이 광경은 한국 등 전 세계에 그대로 중계됐다. 그러나 IOC와 중국 관영매체들은 “서구 언론이 통제구역에 들어가 발생한 일”이라고 중국 당국을 두둔했다. 하지만 덴다스 기자와 NOS 측은“대회 초반인데도 취재기자들이 경찰에 의해 여러 차례 제지받았으며 이런 일이 점점 일상화돼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중국은 2021년 국경없는기자회의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180개국 중 177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쇼트트랙 혼성계주 우승 ‘노터치’ 논란
뿐만 아니다. 대회 초반부터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중국의 텃세 편파 판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선수단(단장 윤홍근)은 7일 베이징 캐피탈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 편파 판정과 관련, 8일 베이징동계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연 뒤 이의 부당함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한국선수단은 준준결선을 1위로 통과한 한국의 황대헌 등이 이날 경기에서 심판진의 편파 판정으로 결선 진출이 좌절되자 경기 종료 후 심판위원장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IOC에 항의 서한문을 발송했다.
한편 5일 열린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에서 우승한 중국은 판독과정에서 선수 간 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심판들이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은 이날 2조 준결선에서 헝가리, 미국, 러시아에 밀려 최하위인 4위에 머물렀으나 심판진이 2위 미국과 3위 러시아에 ‘상대 방해’라는 이유로 페널티를 주고 실격 처리하는 바람에 결선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했다.
문제는 심판진이 2조 준결선 6번째 바퀴 판독과정에서 중국의 런쯔웨이와 장위팅의 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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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