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포수로 골든글러브 받아야죠.”
NC 다이노스 양의지(35)는 지난해 12월 개인 통산 7번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고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라는 글자가 새겨진 황금장갑은 팬과 자신 모두에게 낯설었다.
양의지는 지난해 141경기 타율 0.325 30홈런 111타점으로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찍었다. 하지만 팔꿈치 통증 여파로 후반기 7경기 밖에 포수로 뛰지 못했고 지명타자로만 경기에 나섰다.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후보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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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훈련에 앞서 코칭스태프와 대화하고 있는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 사진=천정환 기자 |
양의지도 “포수로 한 번만 더 골든글러브를 받으면 김동수 선배님과 최다 수상 동률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지난해 내가 받았다면 올해 단독 1등에 도전할 수 있었기에 아쉽기는 하지만 한 번 쉬어가는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하고 이번 시즌에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양의지를 괴롭혔던 팔꿈치 통증은 이제 완전히 회복된 상태다. 겨우내 착실히 개인훈련을 소화한 뒤 좋은 컨디션 속에 지난 2일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타격 능력이 뛰어난 포수들이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자연스레 수비 비중을 줄이고 지명타자에만 전념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양의지는 포수 마스크를 벗을 생각이 없다.
스스로 기량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안방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가슴에 새겼다.
양의지는 “나는 마흔 살까지도 포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포수를 못하면 (야구를) 그만해야 한다”며 “올해는 스트라이크 존이 확대되는 만큼 연습경기, 시범경기 때 심판님들 설명을 잘 듣고 변화를 빨리 캐치해서 투수들과 잘 대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깨도 한결 가벼워졌다. 최근 2년간 NC의 주장을 맡으면서 시즌 중에도 할 일이 많았지만 올해 주장 완장을 후배 노진혁(33)에게 넘겨줘
양의지는 “유니폼에 ‘C’ 글자가 빠지니까 짐을 하나 던 것처럼 가볍다”고 웃은 뒤 “이제는 감독님께 불려갈 일도, 1군 매니저와 자주 연락할 일이 없지만 노진혁 주장을 잘 도와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