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보이' 이대호(40.롯데)는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예고 은퇴를 한 몇 안되는 선수 중 하나다. 자연스럽게 '은퇴 투어' 이야기가 나왔다.
'은퇴 투어'란 리그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선수가 마지막 원정 시리즈를 할 때 해당 구단이 기념식을 마련해 주는 행사를 뜻한다.
↑ 이대호 은퇴 투어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참에 은퇴 투어에 대한 문턱을 낮춰 보다 많은 선수가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떨까. 사진=천정환 기자 |
받아들이기 힘들다. KBO리그에서 이대호 만큼의 커리어를 쌓은 선수를 찾기는 대단히 힘들다.
이대호는 2010시즌 전무 후무한 타격 7관왕에 오른 선수다. 도루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해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도 세웠다. 야구 선수로서 정점을 찍은 시즌이었다.
일본 야구와 메이저리그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남긴 선수다.
또한 국가대표로도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해 한국 야구의 위상을 끌어 올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다만 국내 리그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은퇴 투어에 대한 논란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에게 은퇴 투어를 무조건 열어 주자는 뜻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은퇴 투어에 대한 문턱을 조금 낮추는 것이 어떨까 제안을 해본다.
2년 전 우리는 박용택의 은퇴 투어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박용택은 통산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였지만 뜨거운 반대 여론이 일어나며 은퇴 투어가 불발됐다. 아픈 사례였다.
이번 이대호 은퇴 투어 논란도 사실상 박용택에서 출발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애초에 은퇴 투어에 대한 자격 요건을 너무 높게 잡았기 때문에 어떤 선수도 은퇴 투어에서 자유롭기 어려워졌다.
은퇴 투어는 그야 말로 스타 플레이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모두가 축하해 주는 자리다. 아무나 영광을 누릴 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성과를 낸 선수에게는 그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은퇴 투어는 응원하는 팀 팬에게는 과거의 영광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다. 지금 팀 성적은 비루하더라도 그 은퇴 선수와 함께 했던 영광의 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은퇴 선수와 함께 팀의 자랑스러웠던 시절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다.
새롭게 진입하려는 팬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게 될 팀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얼마나 훌륭한 선수를 보유했던 팀인지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재가 생기는 셈이다.
지금 한국 야구는 위기다. 새롭게 유입되는 팬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기존 팬의 열기는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이럴 때 일수록 스타 플레이어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은퇴 투어의 문턱을 낮춰 보다 많은 스타들이 KBO리그를 누볐음을 기념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우리 스스로 선수의 가치를 깎아 내리며 은퇴 투어를 반대하는 것은 우리의 자산을 스스로 평가 절하 하는 일 밖에 안된다.
프로야구는 위기다. 그 어느 때 보다 스타가 많이 필요한 때이다. 은퇴 투어는 그 위기를 탈출하는데
은퇴 투어의 문턱을 낮춰 우리 모두 프로야구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