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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선수단 입장 [사진 = 연합뉴스] |
24절기 중 첫 절기인 입춘(立春)에 열린 개회식의 카운트타운은 24부터 시작됐다. 24절기를 소개하는 영상이 끝나자, 붉게 물들었던 새의 둥지는 봄을 알리는 녹색의 LED 불빛으로 가득찼다. 1만1600㎡에 달하는 무대 전체가 LED 스크린이었다. 나비가 날아들고, 아이의 입김에 날아간 하얀 민들레 홀씨가 꽃을 피웠다. 그 순간, 중국이 자랑하는 화려한 불꽃이 베이징 상공을 수놓았다. 순식간에 얼음왕국은 봄이 됐다.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연출이었다. 세계의 눈을 집중시킨 올림픽 개회식 사전 공연은 '봄 이야기'로 펼쳐졌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4일 오후 8시(현지 시각)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렸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가족'을 주제로 새 둥지를 닮아 '냐오차오(鳥巢)'로 불리는 이 곳에서 펼쳐진 100분간의 개회식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총연출을 맡았다. 영화 '붉은 수수밭', '영웅' 등을 만든 중국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14년 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이어 '듀얼 올림픽'의 개·폐회식을 책임지게 됐다.
2008년 하계대회 때는 1140억원을 쏟아붇고 1만5000여명의 공연자가 등장하는 '지상 최대의 쇼'로 개막식을 연출했으나 이번엔 코로나19로 인해 규모를 크게 줄이고 '인해전술'을 버렸다. 3000명이 참여한 100분짜리 미니 개막식은 '검소하고 소박한 쇼'로 연출됐다. 2008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과 사라 브라이트만 등이 출연했던 것과 달리 유명 스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고, 전원이 학생 또는 베이징과 허베이성에 사는 주민으로 구성됐다. 경기장 전체에 설치된 LED 무대와 행사 막판 아동들의 공연 때 사용한 인공지능 증강 현실(AR) 기술 등으로 중국의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식전 공연은 중국의 '국민 레저활동'인 광장무(廣場舞)와 함께 '복'(福)이라는 글자로 열렸다. 대회 개막 사흘 전인 1일이 음력 설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중국의 '過年好'라는 새해 인사도 무대에 크게 새겨졌다.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입장했다. 미국이 주도한 '외교적 보이콧'으로 인해 참여국가 정상급 인사는 24명만 참석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게양되며 중국 국가가 연주되면서 개회식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앞서 열린 23차례의 동계올림픽 역사를 돌아보는 영상이 얼음 형상의 무대에 레이저 빔으로 새겨졌다. 얼음이 깨지자, 드러난 오륜 아래로 문이 열리며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모자를 쓴 진행 요원이 나라 이름이 적힌 눈꽃 모양의 플래카드를 들고 입장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선수단이 입장하자 진행 요원들은 '환영'(歡迎)이라고 쓰인 마스크를 쓰고 1시간 가까이 춤을 추면서 선수단을 맞았다. 한국은 개회식에서 전체 91국 중 73번째로 입장하며, 쇼트트랙 대표 곽윤기(33)와 김아랑(27·이상 고양시청)이 기수를 맡아 11명의 선수만 참석했다.
마지막 중국 선수단의 입장이 끝난 후, 600여명의 어린이가 나와 눈꽃송이를 들고 춤을 추며, LED 영상과 어우러진 화려한 '눈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커다란 눈꽃송이가 하나가 된 지구 위로 떠오르면서 '화합'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회를 선언하자, 6명의 중국 체육 영웅들이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했다. 스키 선수인 왕창과 류자위가 선수 대표 선서를 하고, 타오융춘 에어리얼 심판이 심판 대표 선서자로 나섰다. 지도자 대표 선서는 중국 스노보드의 지샤오어우가 맡았다.
성화가 불타오르자 화려한 불꽃놀이가 다시 한 번 베이징 상공을 수놓으며, 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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