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두산으로 이적한 양석환(31)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타율 0.273 28홈런 96타점을 올렸다. 오재일이 FA로 삼성으로 떠난 공백을 충실하게 메웠다.
출루율이 0.337로 높지는 않았지만 0.490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OPS도 0.827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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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석환(왼쪽)이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지만 약점 때문에 장점이 가려지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천정환 기자 |
양석환은 지난 해 546타석에서 무려 136개의 삼진을 당했다. 삼진 부문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3위 중 양석환 보다 홈런이 적은 선수는 박병호 한 명 뿐이다. 두산 팀 내에선 단연 압도적인 1위다.
하지만 양석환은 삼진 숫자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있다. 삼진을 줄이겠다는 목표는 갖고 있지만 약점을 메우기 위해 장점을 버리는 어리석은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석환은 "삼진을 줄일 방법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영업 비밀"이라고 답했다. 뭔가 시도를 하겠다는 의지는 갖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었다.
하지만 약점이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라는 질문에는 곧바로 "그 공을 잘 치는 타자도 있나?"라는 반문으로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음도 함께 밝혔다.
양석환은 극단적으로 타격 타이밍을 앞에 놓고 치는 선수다. 한국 타자 중 가장 타이밍이 빠르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포인트가 앞에 있으니 걸리면 넘어간다. 공을 친 뒤 스윙이 크게 돌아나오며 타구에 힘을 싣는다. 그가 잠실 구장으로 홈으로 쓰면서도 30개 가까운 홈런 숫자를 기록할 수 있는 비결이다.
반면 약점도 동시에 노출된다. 양석환이 치려는 포인트 까지는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다 바깥쪽으로 변화하며 떨어지는 공에는 약점을 보이고 있다.
양석환이 지난 해 패스트볼에는 0.310으로 강했지만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는 0.199로 약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에 대한 대처는 양석환이 좀 더 높은 레벨의 선수로 올라가는데 극복해야 할 문제인 것 만은 분명하다.
양석환도 나름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업 비밀"이라는 대답 속에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약점을 메우기 위해 자신의 장점인 '포인트를 앞에 두고 치는 것'까지 무너트리지는 않겠다는 의지도 함께 다지고 있다. 약점 속에 장점이 숨어 있기 때문에 그 장점을 흐트러트리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양석환은 "바깥쪽 변화구에 약점이 있다고 해서 포인트를 앞에 두고 풀 스윙을 하는 나의 스타일까지 허물 생각은 없다. 바깥쪽으로 잘 빠져 나가는 변화구에는 모든 타자들이 약점이 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약점을 메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하던 것을 제대로 살려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내 장점은 포인트를 앞에 두고 풀스윙을 하는 것이다. 그 장점이 더욱 도드라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양석환의 방망이는
그의 호쾌한 스윙이 다시 한 번 두산에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