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2010년대 중흥을 이끈 좌완 유희관(36)이 오랜 고민 끝에 유니폼을 벗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팀을 사랑했던 선수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소망과 함께 베어스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을 기원했다.
유희관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내가 가진 부족한 실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다”며 “은퇴하는 선수들이 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왜 울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나도 이 자리에 서니 눈물이 난다. 멋지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해 보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유희관은 2009년 중앙대를 졸업하고 신인 2차 지명 6라운드 전체 42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180cm로 크지 않은 신장과 130km 중반대 빠르지 않은 직구로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있었지만 그는 12년 동안 KBO 통산 101승을 쌓았다.
↑ 두산 베어스 투수 유희관이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그라운드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2015 시즌 18승으로 커리어 하이와 함께 팀의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고 2016, 2019 시즌에도 우승 반지를 끼며 베어스 역사의 한 페이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15경기 4승 7패 평균자책점 7.71로 크게 고전했고 10월 10일 NC 다이노스전을 끝으로 2군에만 머물렀다. 2013년 1군 주전으로 자리 잡은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유희관은 그라운드가 아닌 TV로 두산의 가을야구를 지켜보면서 은퇴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고 지난 18일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다.
유희관은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을 생각한다. 모든 선수가 언젠가는 은퇴를 하고 나 역시 그런 시기가 왔다”며 “지난해 많이 부진하면서 2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고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졌다. TV로 후배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은퇴 결정 배경을 밝혔다.
또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고 명문팀 두산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거라고 봤다”며 “나는 2군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고 지금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데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유희관은 이와 함께 올 시즌 연봉 문제 등은 은퇴 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스로 예전의 좋았던 모습을 마운드에서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냉철한 판단, 고민 끝에 은퇴를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유희관은 “팀에서 어린 투수들이 좋은 흐름으로 성장 중인데 내가 계속 남아 있는다면 두산의 방향에 내가 방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을 때 떠나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산만의 끈끈한 선후배 문화를 보면
[잠실(서울)=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