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삭감 대상이었다. 연봉이 적잖이 깎였다.
그러나 줄어든 몸값도 야구에 대한 그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두산과 마지막이 될지 모를 동행에 나선 '현역 최다승(129승)' 투수 장원준(37)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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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준이 또 한 번의 연봉 삭감을 받아 들였다. 이제 연봉은 한 없이 초라해졌지만 장원준의 야구 열정은 여전히 살아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관심을 모았던 장원준의 연봉도 삭감으로 결정됐다. 지난 해 8000만 원을 받았던 장원준은 적잖은 삭감폭을 큰 소리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때 연봉 10억 원을 받았던 장원준이다. 그러나 4년 연속 연봉이 깎이며 이젠 더 초라해질 수 없을 만큼 금액이 쪼그라 들었다.
A급 선수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억대 연봉은 이미 무너졌다. 이젠 최저 연봉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장원준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한 푼이라도 더 받겠다는 자존심 대신 야구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조용히 칼을 갈고 있다. 또 한 번의 삭감 제시에 묵묵히 사인 한 이유다.
장원준이 연봉에서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은 것은 지난 해 성적에 대한 인정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장원준은 지난 해 32경기에 등판해 1패1세이블4홀드, 평균 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할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원준은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이면 언제든 마운드에 올랐다. 1세이브 4홀드가 말해 주 듯, 팀이 승리를 지켜야 하는 순간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투수 투입 숫자를 아끼는 것 외에는 의미 없는 순간에도 등판 지시가 내려오면 공을 던졌다. 다른 투수의 소모를 막아줬다.
드러난 성적은 보잘 것 없었지만 팀이 필요로 한 순간에 등판하며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하나씩 해결했다.
모든 등판이 은퇴 투구가 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단 한 번도 쉽게 공을 던진 적이 없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그런 장원준의 헌신을 인정해 1년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제 장원준이 답할 차례다. 아직 1군에서 활용이 가능한 투수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1군에 머물지 못한다면 더 이상 선수 생명을 이어가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후배들과 경쟁에서 이겨내며 스스로 은퇴 시기를 정할 수 있을 정도의 구위를 보여줘야 한다.
장원준은 팀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투수다. 팀이 필요로 했기에 여전히 공을 던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장원준 급의 선수가 떠밀리 듯 은퇴해선 안된다. 스스로 물러설 때를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완전히 불태울 수 있어야 한다.
장원준은 한 없이 초라해진 연봉에도 굴하지 않고 공을 던지겠다는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자신이 다 타오르지 못했
가슴 속에 뜨거운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았음을 뜻한다. 또 한 번의 연봉 삭감도 최다승 투수의 뜨거운 가슴까지 꺾지는 못했다.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는 장원준의 열정이 올 시즌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