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새 시즌 주장으로 오지환(32)을 선임했다.
LG는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그만큼 주장의 몫이 중요하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구단 간의 가교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
무엇보다 선수단을 하나로 묶고 정신적으로 강력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LG 주장' 오지환은 대단히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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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환(오른쪽)이 호수비를 펼친 뒤 투수 이민호에게 감사 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LG는 정신적인 면이 늘 약점으로 지적돼 온 팀이다. 지난 해에도 우승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팀 전력이 다운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LG를 좀 더 정신적으로 단단하게 만들 책임이 오지환에게 주어져 있다.
그런 역할이라면 오지환이 충분히 잘 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오지환은 오랜 시간 편견에 시달려 온 선수다.
신인 시절부터 기회를 잡으며 많은 경기에 나섰지만 기량이 좀처럼 늘지 않았다. 그가 야구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따라 붙었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며 부딪혀 왔지만 삐딱한 시선은 오래도록 그를 괴롭혔다.
오지환은 변명하지 않았다. 정면으로 부딪히며 실력으로 이겨냈다. 이제는 LG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로 성장했다. 오지환 없는 LG 내야는 상상할 수 없다.
그 시절 같이 땀을 흘린 코치가 바로 류지현 현 감독이다. 그 시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주장 오지환을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
오지환은 야구계의 따가운 시선도 이겨낸 경험이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지적들이 줄을 이었다. 자격 논란이 불거졌고 대회 우승 뒤에도 안 좋은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선동렬 감독은 국회까지 불려 나갔고 결국 자진 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 논란의 중심에 오지환이 서 있었다.
오지환은 이런 논란도 실력으로 돌파해 냈다. 아시안게임 이후로도 꾸준히 실력 상승을 위해 노력했고 보다 업그레이드 된 선수로 거듭났다.
그 힘은 지난 해 도쿄 올림픽에서 온전히 발휘됐다. 비록 대표팀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오지환은 국내 최정상급 수비 능력을 지닌 유격수라는 것을 온 국민에게 확인시켰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국가대표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순간이었다. "국내 유격수 중 수비는 오지환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그가 받았던 엄청난 비난의 목소리를 감안하면 오지환의 멘탈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각종 고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특히 우승을 노리는 LG 입장에선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의 긴장도도 높아지게 된다.
오지환은 그럴 때 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줄 수 있는 힘이 있는 선수다. 김현수가 현재 LG라는 팀의 문화를 바꿔 놓았다면 오지환은 그 바뀐 문화에 흔들림 없는 단단함을 입힐 수 있는 리더다.
다시 반복 하지만 LG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반드시 중심을 잡아 줄 리더가 필요하다. LG는 그 중차
보다 단단해진 LG를 원했다면 '주장 오지환' 선택은 바른 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오지환이 보여 준 강한 멘탈이라면 충분히 그 몫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