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아직 새로운 시즌을 함께 할 외국인 타자와 계약하지 못했다.
외부에선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지만 내부적으로는 전혀 고민 하고 있지 않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4)와 계약을 의심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페르난데스와 서류 작업만 남았을 뿐이다. 올 해도 페르난데스와 함께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한 마디 했다. "페르난데스는 두산을 떠나지 않는다. 그만큼 베어스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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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관계자들은 페르난데스와 재계약을 의심하지 않는다. 페르난데스가 베어스를 사랑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진=김영구 기자 |
외국인 선수는 특히 더 하다.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는 언제든 이별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페르난데스는 다르다. 두산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이 돼 있다.
두산 관계자는 "페르난데스는 두산을 사랑한다. 두산의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고 아낀다. 협상 당사자는 물론 통역, 매니저 트레이닝 코치 등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각별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이라는 팀이 갖고 있는 문화도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팀을 진심으로 아끼고 함께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중남미, 특히 쿠바 선수들이 갖고 있는 정서가 특유의 한국 문화와 통하는 것 같다. 페르난데스가 두산과 함께 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가 두산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비단 페르난데스만의 사례가 아니다. 두산은 선수들과 구단이 끈끈하게 연결이 돼 있다.
간혹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두산 특유의 문화를 아끼고 사랑한다. 두산이 FA로 수 많은 선수를 잃었지만 한 번도 얼굴을 붉히며 이별한 적은 없는 이유다.
몸값이 중요한 프로의 세계에서 그나마 두산이 버티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두산 사정에 밝은 한 야구인은 "두산 구단이 2군 선수들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팀 문화를 바로 알 수 있다. 최고위층의 지시로 두산 직원들은 2군 선수들에게 특히 더 신경을 많이 쓴다. 말 한마디라도 조심하려 하고 될 수 있는 한 긍정적인 말을 하도록 하고 있다. "잘 하고 있다" "잘 할 수 있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두산이 화수분 야구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가장 잘 하는 팀이 두산이라고 할 수 있다. 2군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부딪히는 자세가 가장 필요하다. 그런 분위기를 가장 잘 만드는 것이 바로 두산이다. 두산 2군에서 좋은 선수들이 자꾸 나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거의 매년 FA 유출을 겪고 있는 팀이다. 프로 세계는 아무래도 돈의 논리가 지배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두산은 어떻게든 전력을 유지해 최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엔 남아 있는 선수들의 로열티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두산이라는 팀이 갖고 있는 특별한 분위기가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다. 페르난데스 계약도 그 중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선수들 사이에선 "두산에 '베어들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두산이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이 조금은 독특하고 특별한 이유도 여기서 찾아 볼 수 있다. 두산만의 케미(스트리)는 보이는 것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