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올릴 필요 없다. 하던 대로만 해줘도 된다."
kt는 FA 시장 막판 거포 박병호(36)를 손에 넣었다. 3년 총액 30억 원의 조건. 그러나 보상금이 22억 5000만 원이나 투자가 된 결정이었기에 결코 적은 규모라고는 할 수 없었다.
kt는 박병호를 통해 중심 타선의 장타력을 보강할 수 있게 됐다.
↑ 넥센 시절 사제 지간으로 인연을 맺었던 박병호(왼쪽)와 이강철 당시 수석 코치. kt서 다시 만나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박병호는 2020시즌과 2021시즌에 각각 0.223과 0.227의 타율을 기록했다. 2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을 치며 여전한 장타력을 보여줬지만 박병호라는 이름 값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냈다.
자연스럽게 kt의 시선도 박병호의 타율에 모아질 수 밖에 없다. 팀을 옮기며 분위기 전환을 한다면 부활의 타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론도 적지 않다. 이제 30대 중반을 지나쳐 후반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에이징 커브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삼진율이 너무 높아지며 선구안에 대한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성적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냉철한 분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강철 kt 감독은 그런 평가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박병호는 100% 팀에 도움이 될 선수"라는 믿음을 지우지 않고 있다.
이 감독은 심지어 "타율은 0.220을 그대로 쳐도 상관 없다. 부담 없이 타석에 들어서 이전처럼 20홈런 정도만 쳐주면 충분히 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20홈런이면 우리 팀 1위 성적"이라고 까지 말했다.
모두가 박병호의 타율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가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었다. "그 타율 그대로여도 괜찮다"는 말로 박병호의 마음에 다가서고 있다.
이 감독은 "물론 홈런이 꼭 필요한 순간에 터져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워낙 중요할 때 한 방을 잘 치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선 기대치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하던 대로만 해줘도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율을 올리려고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팀은 장타력이 떨어지는 팀이다. 필요할 때 한 방 씩만 쳐 줘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낸 것이라고 본다. 편안하게 자신이 갖고 있는 야구를 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팀의 리더로서 박병호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kt는 그동안 살아 있는 교과서로 통한 유한준의 리더십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팀이었다. 그러나 유한준은 이제 은퇴하며 팀을 떠났다.
그 빈 자리를 박병호가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감독은 "박병호는 워낙 성실하고 야구에 전력을 다하는 선수다. 박병호가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야구를 풀어가는 지를 후배들이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자기 야구만 한다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병호가 고개 숙이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울 것이다. 박병호가 잘 버텨주기만 하면 kt는 유무형의 자산을 얻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타율은 더 많이 끌어 올리길 기대하지 않고 있다. 부담 없이 자기 스윙을 다 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성적 정도만 해줘도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박병호는 이처럼 든든한 감독의 지원을 받고 있다. 마음의 짐을 내려 놓을 수 있는 환경이다. 박병호가 감독의 신뢰를 등에 업고 이감독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나친 부담을 갖지만 않는다면 그 존재만으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감독의 판단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