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해 연말 FA 1루수 박병호(36)와 3년 총액 30억 원에 계약을 했다. 유한준이 빠지며 생긴 공격력 공백을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록 최근 2년간 최악의 타율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2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kt 입장에선 전력 보강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풀지 못한 고민이 있다. 포지션 중복 문제다. 강백호라는 천재 타자가 1루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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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1루수, 강백호(왼쪽)냐 박병호냐. 이강철 kt 감독은 이 어려운 문제를 장기인 소통으로 풀기로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수비만 놓고 보면 박병호가 단연 앞선다. 포수 출신인 박병호는 1루수로서 오랜 시간을 뛰며 안정적인 캐칭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 범위도 넓어 1루수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
강백호도 무시할 수 없다. 수비력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최근 2년간 골든글러브를 탔다. 1루수로 나설 때 좀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둘의 출장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강철 kt 감독은 MK스포츠와 인터뷰서 "머릿 속에는 어느 정도 정리된 안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단계는 아니다. 좀 더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 어려운 숙제를 '이강철 식'으로 풀기로 했다.
소통을 중시하는 지도자 답게 대화로 해법을 찾는 것으로 결정했다. 직접 만나 대화로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 감독은 "내가 넥센(현 키움) 시절 본 박병호는 수비를 나갈 때 더 공격력이 좋았던 선수다. 수비에 대한 본인의 의지도 강하고 자부심도 갖고 있는 선수다. 캠프가 시작되면 박병호와 면담을 할 생각이다. 내가 원하는 부분을 박병호가 수용할 수 있는지, 내 생각대로 실행해도 타자로서 능력에 방해가 되지 않을지에 대해 대화를 나눠 보려고 한다. 최대한 박병호의 의견도 수렴해 결정을 내려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대로 밀어 붙여서 둘 다 성적이 나빠지면 팀이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 없다. 최대한 대화를 통해 마음을 맞춰봐야 한다.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팀이 바보가 된다. 좋은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소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어떻게든 한 쪽이 좀 더 많은 경기를 꾸준히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백호 같은 경우는 3년 연속 골든 글러브라는 명예가 달려 있는 문제다. 경기 수를 채워주기 위해선 보다 많은 경기 출장이 필요하다"며 "또한 나이가 아직 어리다. 벌써부터 지명타자로 굳어지게 되면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지명타자로 물러서기엔 갖고 있는 능력이 너무 큰 선수다. 수비를 하며 공격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팀과 강백호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그러면서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시 외야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강백호가 외야로 나가면 너무 큰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또 박병호도 공격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수비에 좀 더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며 "결론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대화로 어려움을 풀어 보려고 한다. 일단 박병호와 만나 내 생각과 박병호의 생각을 나눠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감독 본인의 생각을 밀어 붙이는 것 보다는 선수들과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끈 이
누구를 1루수로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대단히 고차원적인 방정식이지만 이강철 식 '소통 해결법'이라면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이강철 식 소통'의 결과는 무엇일까. 올 시즌 kt의 1루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