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이종범(52) LG 코치가 2군 감독에 선임됐다.
LG는 12월31일 이종범 코치를 2군 감독으로 임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코칭스태프 개각 명단을 발표했다.
이 감독은 지도자 인생 처음으로 리더 자리를 맡게 됐다.
↑ 이종범 신임 LG 2군 감독. 2군 코치 시절 선수들에게 따뜻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
현역 시절 최고 스타 출신으로 2군 선수들의 생활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선수들에게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에서 반전 매력을 느꼈다는 선수들이 많았다.
한 LG 2군 선수는 "워낙 대단한 경력을 가진 분이기 때문에 처음엔 대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거리감을 느꼈다. 하지만 코치님이 먼저 다가오려 노력하고 한 마디라도 따뜻한 격려를 해 주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 스승과 제자 보다는 선배와 후배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선배 같은 분이었다"고 이종범 2군 감독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
이종범 2군 감독은 현역 시절 최고의 길을 걸었던 슈퍼 플레이어 출신이다.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말 처럼 타고난 천재성을 앞세워 야구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선수였다.
하지만 이 감독에게도 시련의 시기가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팔뚝에 공을 맞아 골절상을 당한 뒤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됐고, 끝내 일본에선 이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원형 탈모증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이종범 감독이다. 이 때 2군에서 보냈던 시간이 지금 2군 지도자로서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 한 관계자는 "이종범 2군 감독이 2군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술적인 부분이야 워낙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지도자다. 그걸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선수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종범 감독에게서는 그런 단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선수들과 교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그를 지켜본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2군 감독으로서도 좋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다. 어지간한 성적으로는 1군에서 버티기 힘들다. LG 2군엔 1군의 높은 벽에 좌절하며 내려오는 수 많은 사연을 지닌 선수들이 모여 있다. 이종범 감독은 바로 이런 선수들에게 힘이 되고 디딤돌이 돼 준 지도자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은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자신이 잘 했던 시기만 생각하고 모든 상황이 달라진 현재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이종범 2군 감독은 태생부터 다르다. 최고의 선수 출신이지만 선수 시절 바닥까지 떨어졌던 경험을 갖고 있는 지도자다. 안 풀리는 야구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지도자다.
비록 2군이지만 이젠 처음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의 장점인 선수들에 대한 공감 능력이 몇 배로 더 필요한 자리를 맡게 됐다.
지금까지의 모습대로라면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연 많은 2군 선수들을
이종범 2군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이유다.
이종범 감독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2군 선수들과 교감하며 1군을 지원하는 전력을 많이 키워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