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선수 기용이 대단히 보수적이었다. 쓰던 선수를 계속 고집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순위가 사실상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뒤에도 기존 베테랑 선수들을 중용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였다.
내부적으로 '새로운 얼굴을 좀 써 보자'는 의견이 자주 올라갔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팀 상황과 상관 없이 쓰던 선수를 그대로 쓰는 대단히 보수적인 기용을 했다.
윌리엄스 감독의 리더십이 '불통 리더십'이라 불렸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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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신인 김도영이 주전 유격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김종국 신임 감독은 전임 윌리엄스 감독과는 달리 새 얼굴을 중용하는데 주저하지 않?募鳴� 선언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김 감독은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 브리토 정도만 자리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 나머지 포지션은 최소 한 명 이상의 경쟁 체제를 갖출 것이다. 누가 주전이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 경기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에게 우선권을 주겠다. 살아 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쟁 체제를 갖추려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얼굴들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다. KIA의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신인 김도영(19)이다. 김종국 감독은 김도영을 유격수 포지션에서 박찬호와 경쟁을 펼치게 할 계획이다.
김도영은 고교 시절 5툴 플레이어로 이름 높았던 선수다. 대단히 빠른 주력을 갖고 있으며 공.수에서도 안정감 있는 실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무래도 신인이기 때문에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아직 프로에 적응해야 한다는 이미지가 강해지면 과감하게 기용할 수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런 편견에서 최대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김도영을 원점에서 다시 볼 생각이다. 고졸 신인이 아니라 기존 선수라는 생각으로 잣대를 댈 생각이다. 그 기준을 통과해 실력을 인정 받으면 김도영이 주전이 될 수도 있다. 몇 년간 유격수 자리를 지켜왔던 박찬호도 마음을 놓고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호는 야구가 정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균 이하의 공격력으로 타선의 구멍 노릇을 해왔다. 경험이 쌓이면 타격이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와 정 반대의 길을 걸었다.
타격 능력은 좀처럼 향상 되지 않았고 타격 부진에 대한 스트레스는 수비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
경쟁 체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박찬호도 견제할 수 있는 선수가 등장해야 동반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김도영이 박찬호를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다면 KIA는 보다 탄탄한 라인업을 보유하게 된다. KIA 입장에선 최선의 시나리오다.
1루 역시 격전지다. 황대인이 주전으로 나설 것이 유력하지만 김석환이라는 만만치 않은 거포 유망주를 꺾어야 1루수 미트를 낄 수 있다.
황대인도 지난해 출장이 제한됐던 유망주 중 한 명이다. 윌리엄스 감독이 떠나며 1루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김종국 감독은 김석환도 과감하게 쓸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김석환이 지난 해 막판 보여준 장타력은 분명 인상적인 것이었다. 황대인도 거포 유망주지만 경쟁을 이겨내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다. 오로지 실력만 볼 것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라도 당장 기량에서 앞서면 그 선수를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윌리엄스 전 감독 체제에선 당장의 승리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손에 넣기 어려웠다.
젊은 선수들도 과감하게 기용하겠다는 김종국 감독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는 한 전임 감독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KIA가 눈 앞의 승리와 함께 미래라는 희망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