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48)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지난 29일 가슴 아픈 하루를 보냈다. 영원히 영웅군단 유니폼을 입을 거라고 믿었던 박병호(35)가 kt 위즈로 FA(자유계약) 이적하면서 박병호와의 10년 동행에 마침표가 찍혔다.
홍 감독은 ‘MK스포츠’와의 통화에서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생각처럼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며 “감독은 항상 여러 변수에 대비해야 하고 있어야 하지만 내년 시즌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서 박병호가 팀을 떠나게 돼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다”라고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kt는 박병호를 3년 총액 30억 원에 조건에 영입했다. 박병호는 22억5000만 원에 달하는 FA 보상금 때문에 타 구단 이적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타선 보강이 절실했던 kt가 보상금을 포함해 52억5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기꺼이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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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일 2021 시즌 스프링캠프 시작에 앞서 주장을 맡은 박병호(오른쪽)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던 홍원기 키움 감독. 사진=MK스포츠 DB |
홍 감독은 박병호가 2011년 7월 LG 트윈스에서 트레이드로 히어로즈에 합류한 뒤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거듭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박병호와 함께 팀 창단 첫 가을야구, 한국시리즈 진출을 모두 이뤄냈고 박병호의 발자취가 곧 키움의 역사였다.
홍 감독과 박병호의 사이도 끈끈했다. 홍 감독은 올 시즌 사령탑으로 데뷔하기 전까지 코치의 위치에서 박병호와 격의 없이 소통해왔다.
홍 감독은 “박병호와는 10년 넘게 함께하면서 평소에도 자주 통화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며 “병호가 자신의 여러 고민들을 얘기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FA와 관련해 심경도 토로했다. 27일 저녁에 마지막으로 전화를 했는데 kt로 가서도 몸 건강히 잘하길 바란다고 내 마음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또 “박병호가 kt로 가면서 어쩔 수 없이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 키움의 심장 같은 선수였기 때문에 아쉬운 건 사실이다”라며 “키움팬들께서 받으셨을 상처도 신경이 쓰인다. 박병호의 이적으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시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홍 감독에게는 이별에 슬퍼할 여유가 않다. 당장 내년 2월 1일부터 전남 고흥에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 전까지 2022 시즌을 치르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놔야 한다.
키움은 마무리 투수 조상우(27)의 내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가 확정된 데 이어 박병호까지 이적하며 팀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2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앞둔 홍 감독의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조상우를 빼고 내년 마운드 운영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었다”며 “박병호 이적 변수까지 생겨서 당황스럽지만 이런 환경에 맞
이어 “모든 분들이 아시겠지만 우리 팀은 매년 전력에 큰 보탬이 되는 새로운 선수들이 나왔다”며 “이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현재 여건에서 충실하게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