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어렵다고들 하지 않았나?”
야구팬들뿐만 아니라 평소에 크게 야구에 관심을 두지 않던 이들이 올 겨울 많이 하는 질문이다. 어렵다는 프로야구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이 과열을 넘어 ‘광풍(狂風)’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황재균(34)이 원소속팀 kt위즈와 4년 총액 60억 원에 재계약했다. 이로써 2021시즌 이후 FA 자격을 취득한 15명의 선수 중 12명이 계약을 완료했다.
↑ 왼쪽부터 박건우 김재환 김현수 나성범 양현종. 사진=NC다이노스, 두산베어스, LG트윈스, KIA타이거즈 제공 |
무엇보다 총액 100억 원 이상 계약이 즐비하다. KIA타이거즈는 에이스 양현종(33)과 4년 103억 원, NC다이노스에서 영입한 나성범(32)은 6년 15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들 외에도 3명이 100억 원 클럽에 가입했다. 두산 베어스를 떠난 박건우(31)가 NC와 6년 총액 100억 원에 계약했다.
두산은 4년 115억 원에 집토끼 김재환(33)을 잡았다. LG트윈스는 4+2년 115억 원을 투자해 각각 주축 지난 3년 간 주장을 맡은 김현수(33)와 재계약했다. 김현수는 두 번째 100억 원 클럽 가입이다.
이번 겨울에만 총액 100억 원 선수가 5명 나왔지만, FA 제도가 생긴 이후 2021년 이전까지 100억 원 계약을 따낸 선수 또한 5명뿐(김현수 포함)이었다.
이런 광풍에 곱지 않은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 여름 무관중 경기로 전환하면서 구단들의 재정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실 2020년 초부터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구단들의 재정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무관중 또는 관중 입장 제한으로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모기업에 의존하는 구단들로서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 같은 경우는 살림살이가 빠듯하다.
한 구단 핵심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대비 구단 수입이 30~40% 감소했다. 입장료 수익이 빠진 게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FA 시장에 광풍이 몰아치며, 어려운 살림살이라는 말도 그냥 ‘엄살’이 돼버렸다. 프로야구의 산업화가 정착 단계도 아닐뿐더러 선수들의 실력이 레벨업 된 것도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인기 야구선수들의 일탈에 팬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국가대표급의 일부 선수들은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호텔에서 술판을 벌이다 발각돼 실망을 안겼고, 도쿄올림픽 노메달 굴욕으로 야구팬들의 관심이 이전보다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도 FA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자생력이라는 말이 적어도 프로야구에서는 의미가 없어졌다. 모기업에서 돈을 타다가 거액의 FA 계약을 하는 실정에 자생력은 필요없다”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어차피 구단 재정과 상관없이 필요할 때 모기업에 손을 벌리면 되는 구조다. 프로야구
FA 계약 총액 1000억 원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프로야구가 질적 향상을 이뤘다고 동의할 이들은 아무도 없다. FA시장 광풍으로 프로야구는 ‘그들만의 잔치’라는 인식만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