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19.KIA)는 야구 습득 능력이 타고난 선수다. 고등학교 때 까지 거의 던지지 못했던 체인지업을 프로 입문 후 스프링캠프서 며칠 손에 익혀본 뒤 곧바로 실전에서 활용할 수준이 됐다.
그냥 던지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의리의 체인지업은 어느새 그의 주무기가 돼 있었다.
이의리의 2021시즌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122에 불과했다. 타자들이 손도 거의 대지 못한 언터처블 구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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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투수" 양현종(왼쪽)과 "신인왕" 이의리의 만남이 성사됐다. 양현종의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하며 이의리가 또 한 번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사진=MK스포츠 DB |
메이저리그에서 한화로 돌아 온 구대성은 류현진의 재능을 알아보고 체인지업을 가르쳐 줬다.
그리고 딱 사흘, 류현진은 완벽에 가까운 체인지업 구사 능력을 보여주며 구대성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구대성은 "당시 류현진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체인지업을 가르친 바 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능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류현진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회상한 바 있다.
이제 이의리에게도 구대성 같은 멘토가 생기게 됐다. '대투수'로 불렸던 KIA 에이스 양현종이 복귀했기 때문이다.
이의리는 입단 전부터 양현종을 롤 모델로 삼고 양현종을 닮기 위해 노력했다. 이의리는 입단식에 앞서 "양현종 선배님을 존경한다. 야구도 잘하지만 인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다. 야구도 잘 해야 겠지만 인간적인 부분도 배우고 싶다. 함께 한다면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 둘의 만남이 성사됐다. KIA의 역사를 대표하는 에이스와 타이거즈 출신 두 번째 신인왕인 이의리의 만남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소재다.
이의리는 매우 빼어난 패스트볼 구위를 갖고 있다. 체인지업이 살 수 있었던 것도 강력한 패스트볼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의리의 패스트볼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구사율은 55% 정도이고 피안타율은 0.238을 기록했다. 그러나 패스트볼 출루율은 0.358로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패스트볼의 제구와 볼 배합에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선수라 할 수 있다.
양현종은 이런 이의리에게 좋은 과외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양현종 역시 패스트볼을 앞세워 다른 구종을 살려 나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KIA는 양현종에 올 시즌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의 투구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상 양현종의 패스트볼은 여전히 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스트볼을 어떻게 던지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양현종에게서 이의리에게 전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습득력 좋은 이의리인 만큼 양현종이 가르쳐 주는 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의리에게 천금같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나 다름 없다.
'대투수' 양현종과 '신인왕'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