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큰손이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올 스토브리그서 대어급 선수들이 언급될 때마다 영입 예상 구단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끝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신흥 빅 마켓 구단인 SSG 이야기다.
KBO리그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3건의 대형 FA 계약을 발표했다. 포수 강민호와 투수 양현종이 원 소속 구단인 삼성과 KIA에 잔류했고 손아섭은 NC로 이적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SSG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 SSG가 올 FA 시장에서 큰 손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외부 투자 보다 내실을 다지는데 투자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자금을 끌어 들이는 능력에서는 단연 첫 손 꼽히는 구단이라 할 수 있다.
대형 FA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SSG는 이번 FA 시장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직 FA 시장이 마감된 것은 아니지만 SSG가 관심을 가질만한 선수는 모두 거취가 결정됐기 때문에 SSG 입장에선 장이 마감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포 외야수 김재환이 나왔을 때도, 막강한 선발 자원인 양현종이 시장에 있을 때도 SSG는 움직이지 않았다.
김재환을 잡으면 홈런 군단 이미지를 완전히 굳힐 수 있었고 양현종을 잡았다면 최대 고민인 선발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SSG의 답은 'NO' 였다.
몸값이나 보상금이 부담된다는 반응만 돌아왔다. 곧바로 전력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에 대해서도 SSG는 움직이지 않았다.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말은 한 적 없지만 합리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전혀 움직일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열된 시장에선 전혀 발을 담그지 않았다.
대신 내부 단속에 투자했다. FA를 1년 앞둔 선발 투수 박종훈과 문승원에게 KBO리그 최초인 다년 계약을 안기는 데 과감하게 지갑을 열였다.
또 한 명의 예비 FA인 한동민에게도 다년 계약을 제안해 둔 상태다. 세 선수에 투자하는 금액만 거의 200억 원이 됐다.
내년 시즌 이후 한꺼번에 FA가 풀리면 모두 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몸값이 치솟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리 점 찍어 놓은 선수들과 계약을 성사시키며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을 했다.
새로운 형태의 앞서가는 구단 운영 방식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우량주에 투자하며 FA가 된 뒤 발생할 수 있는 오버페이 위험성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아직 한동민이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한동민까지 다년 계약에 합의
과열된 시장에 발을 담그지 않고 내부 단속에 치중했던 SSG다. 막강한 자금력을 보여주는 대신 내실을 다졌다.
SSG의 선택이 내년 시즌 전력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해진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