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퇴로는 확보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는 갖게 됐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그가 필요하다. 존재감과 당장의 성적에 꼭 필요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FA 포수 강민호(36) 이야기다.
↑ 삼성이 주전급 포수인 김태군을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여전히 강민호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팀이다. 삼성은 강민호가 필요하다. 사진=김영구 기자 |
김태군이 영입되며 강민호와 FA 협상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태군도 한 시즌을 책임질 수 있는 포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강민호와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태군 영입은 지난 해부터 추진해 오던 것"이라고 못 박았다.
실제로도 강민호는 여전히 삼성에 필요한 선수다. 김태군 영입으로 퇴로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강민호 외엔 아무런 대안이 없던 팀에 살 수 있는 숨 구멍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강민호의 존재감은 삼성에 절대적이다. 강민호를 놓친다면 삼성은 내년 시즌 대단히 어려운 한 해를 보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태군도 좋은 수비형 포수다. 하지만 공격력에서는 강민호를 따라잡지 못한다.
강민호는 지난 시즌 OPS 0.839의 수준급 공격력을 보여줬다. 특히 장타율이 0.478을 기록하며 구장 규모가 적은 라이온즈 파크에 최적화 된 타자임을 보여줬다.
반면 김태군은 지난 시즌 OPS가 0.652에 불과했다. 공격적인 면에서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선수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삼성은 주전 테이블 세터인 박해민을 잃었다. 공격력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 생겼다. 강민호를 잡아 중심 타선은 유지를 해야 한다. 강민호 외에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수들을 이끄는데도 여전히 강민호가 필요하다.
강민호는 지난 4년간 삼성의 주전 포수를 맡으며 삼성 투수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삼성 투수들이 가장 믿고 있는 포수다.
오승환은 "강민호의 사인이라면 믿고 던질 수 있다. 그동안 경기를 치르며 많은 신뢰가 쌓였다. 강민호는 삼성 투수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단순히 볼 배합 만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투수와 포수간에는 보이지 않는 신뢰가 대단히 중요하다. 결정적 상황에서 투수의 마음을 잘 헤아린 결정을 내려주는 호흡이 필요하다. 현재 삼성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포수는 강민호가 유일하다.
김태군도 삼성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 나가겠지만 아무래도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내년 2월 스프링캠프에서야 호흡을 맞춰 볼 수 있게 된다. 정식 경기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모자랄 수 밖에 없다.
내년 시즌 올 시즌(정규 시즌 2위) 보다 높은 곳을 노리고 있는 삼성 입장에선 강민호에게 여전히 많은 것을 기댈 수 밖에 없다.
강민호가 지난 4년간 삼성에서 쌓은 노하우와 신뢰는 돈으로 환산 할
만에 하나 지켜내지 못한다면 삼성 안방은 크게 휘청일 수 있다. 간신히 퇴로는 만들었지만 여전히 돌아볼 곳 없는 것이 강민호와 협상이다. 삼성에 대단히 중요한 협상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