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서 자유 계약으로 풀린 뒤 SSG 유니폼은 입게 된 투수 노경은(37)은 이제 마흔에 가까운 투수다.
하루 아침에 기량이 좋아지거나 스피드가 오를 수 있는 나이의 투수가 아니다. 현상 유지만 해도 좋을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노경은은 최근 작은 기적을 하나 만들어냈다. 구속이 무려 5km나 빨라진 것이다.
↑ 노경은이 불과 2달여 만에 5km나 구속이 빨라지는 기적을 만들었다. 전성기 시절 투구폼으로 돌아간 것이 비결이 됐다. 사진=천정환 기자 |
그러나 지난 달 SSG의 입단 테스트 당시에는 평균 145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7km까지 나왔다. SSG가 연봉 1억 원에 옵션 1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으로 노경은을 영입한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시즌 중 140km를 넘지 못하던 구속이 두달 여 만에 어떻게 5km나 빨라질 수 있었을까. 빨라진 구속이 아니었다면 SSG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구속 상승은 노경은에게 '은총'과 같은 효과를 가져다 줬다.
노경은은 올 시즌 14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7.35를 기록했다. 개막 초반까지 선발투수로 뛰었지만, 후반기부터 불펜으로 밀려났고, 결국 10월에는 1군 등판 없이 FA 2년 계약이 만료됐다.
하지만 노경은은 그 과정에서 변화를 선택했다. 노경은은 1군 엔트리서 제외된 뒤 새로운 투구폼으로 변화를 꾀했다.
과거 두산 때 투구폼으로 돌아가는 작업을 했다. 스피드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강영식 롯데 2군 투수 코치의 조언에 따라 변화를 택했다.
노경은은 "요점은 팔을 다시 짧게 들어 올리는데 있다. 기존의 폼은 오른 주먹을 허벅지 아래로 떨어트렸다 끌어 올렸다. 그러나 바뀐 폼에서는 팔을 옆으로 뻗었다가 끌어 올리는 방법으로 변화를 줬다. 팔을 끌어롤리는 시간을 절약하며 구속이 상승되는 효과를 노렸다. 포크볼을 마음 먹은대로 제구하는데도 새로운 폼이 도움이 됐다. 이전 폼에서는 포크볼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지만 투구폼을 교정한 뒤로는 포크볼의 떨어지는 각도가 커지며 위력이 배가 됐다"고 자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노경은의 구속은 전성기 시절의 구속에 거의 다가갔다. 시즌 후 교육 리그에선 평균 144km와 최고 구속 146km를 기록했고 SSG 입단 테스트를 받은 2주간은 평균 145km와 최고 구속 147km를 찍었다. 놀라운 구속 증가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다.
노경은은 "내 구위에 자신이 없다면 자유 계약으로 풀리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구위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됐다. 여전히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교육 리그와 테스트를 통해 구속에 대해선 확실하게 증명을 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포크볼을 원하는 대로 제구할 수 있게 돼 또 다른 주무기로 활용이 가능해졌다. 투구폼을 바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구위가 회복된 만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최근 페이스가 좋기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달 여 만에 구속을 5km나 끌어 올린 것은
다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게 된 노경은. 그가 새로운 팀에서 꼭 필요한 선발 투수로서 버텨내는 투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