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여러 논란을 자초했던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뒤늦게 팀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 값비싼 수업료를 톡톡히 치르고 김호철 신임 감독과 함께 내홍 수습에 나서게 됐다.
IBK 구단은 8일 제4대 사령탑으로 김호철 전 대한민국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서남원 전 감독을 경질한 이후 약 3주 만에 공석이던 현장 사령탑 자리가 메워졌다.
김 감독은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고 한편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하루속히 팀을 재정비해 IBK 명문 구단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제4대 사령탑에 선임된 김호철 감독. 사진=MK스포츠 DB |
정상적인 구단이었다면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에게 자체적으로 중징계를 내리고 서남원 감독과 함께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해야 했지만 IBK의 선택은 달랐다. 외려 서 감독을 팀 내 불화 및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질하고 김사니 코치를 감독 대행에 임명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IBK는 김사니 대행 체제가 새 감독 서임 전까지 ‘임시’라고 못 박았지만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김 대행은 무단이탈 사유로 서 감독에게 폭언 피해를 입었다고 눈물을 흘렸지만 서 감독이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서자 입을 닫았다. 배구인들은 분노했고 여자부 타 구단 감독들은 경기 전후 악수 거부로 IBK와 김 대행을 향한 불만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대행은 결국 지난 2일 경기를 끝으로 사퇴했다.
IBK 구단의 상황 대처 능력도 엉망이었다. 김사니 대행의 무단이탈 징계를 놓고도 서로 다른 말을 내놓으며 공분을 샀다. “어떤 제재도 달게 받겠다”던 김 대행은 시간이 흐른 뒤 “무단이탈이 아니었다”라고 말을 바꿨고 IBK 구단 역시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서 전 감독의 잔여연봉 지급 문제를 놓고도 대립각을 세우는 꼴불견도 있었다. 통상 프로 스포츠에서 구단이 먼저 계약을 파기한 경우 남은 계약 기간에 대한 연봉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IBK는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감성한 부행장이 이달 초 신임 단장으로 선임된 이후 서 전 감독과 만나 봉합에 나섰다. 구단주인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사무국장 교체, 전문 인력 보강 등 프런트 쇄신을 약속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지만 외양간 수리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다.
↑ 지난 2일 사퇴한 김사니 IBK기업은행 감독 대행. 사진=천정환 기자 |
IBK는 일단 조송화와의 동행 불가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오는 10일 KOVO 상벌위원회의 조송화 징계 이후 계약 해지를 위한 법
쉽게 갈 수 있었던 길을 굳이 돌고 돌아 고난의 길을 자처했던 실험 정신은 팬, 배구인, 언론의 비판을 한 몸에 받는 결과를 낳았다. 값비싼 수업료는 정산이 끝나지 않았다. 구단 정상 운영을 향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