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사태를 불러일으킨 조송화(28)가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방어권 행사에 나섰다. 팀과 배구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침묵을 지켜왔던 그가 돌연 변호사를 선임하고 상벌위 연기를 신청했다.
이를 두고 배구계에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무슨 낯으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서남원 감독 재직시 조송화에게 가혹행위나 욕설 등 부당행위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훈련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독과의 소통을 일방적으로 단절하고 팀을 이탈했다. 그 뒤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가 서남원 감독이 물러나자 태도를 바꿔 팀 복귀를 원하고 있다.
KOVO는 당초 2일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조송화 관련 상벌위원회 개최를 오는 10일로 연기했다. 조송화의 변호인 측이 선수가 성실히 상벌위원회에 임하기 위해 의견 진술 및 소명자료 제출을 준비하고 있으나 제출 기한이 이틀에 불과해 소명의 기회를 보장받기에 급박하다고 주장한 부분을 KOVO가 받아들였다.
조송화는 지난달 김사니 코치와 함께 팀을 두 차례나 이탈했다. 훈련 과정에서 서남원 전 감독에게 항명과 다름없는 행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고 구단의 복귀 요청을 무시하고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무단이탈 논란을 빚은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조송화.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과거 조송화처럼 팀을 무단이탈한 선수는 대부분 임의해지 철퇴를 맞는 게 일반적이었다. 구단이 임의해지를 풀어주지 않는다면 3년간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없을뿐더러 연봉도 받지 못했다. 프로배구뿐 아니라 모든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시즌 중 무단이탈은 그 자체로 중징계감이다. 현역 생활을 끝낼 각오를 해야 하는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러나 지난 6월 KOVO 임의해지 규정이 개정되면서 구단은 임의해지 진행 시 선수의 친필 서명이 담긴 임의해지 동의 서류가 필요해졌다. 조송화는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 바뀐 규정을 악용하고 있다. IBK는 선수 표준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근거로 분쟁에 따른 상벌위 개최를 KOVO에 요청했고 징계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조송화가 무엇을 소명하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다. IBK 선수들은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조송화가 팀 훈련에서 서남원 전 감독의 말을 무시했던 부분이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조송화와 함께 팀을 이탈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한 김사니 대행조차 “당시 상황은 조송화가 100% 잘못했다. 어떤 이유든 지도자가 물어본 것에 대해서는 정확히 대답해야 한다”며 조송화를 두둔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놓고 본다면 조송화가 소명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봐야 한다.
조송화가 먼저 할 일은 소명이 아닌 사과였다. 자신이 자초한 일 때문에 여자배구 관련 뉴스가 온갖 부정적인 소식으로 도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벌위에서 받게 될 불이익만 걱정하는 이기적인 행보만 이어가고 있다. 스스로 코트 복귀 자격이 없다는 것만 인증한 꼴이다.
IBK 구단도 조송화와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만큼 KOVO 상벌위 결과와는 관계없이 단호한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
IBK가 조송화 문제까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프로 구단으로서 존재 이유가 없다.
[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