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삼성 거포 김동엽(31)은 소문난 훈련왕이다. 경기가 끝난 뒤 특타는 물론이고 나머지 시간도 쪼개 훈련에 열중하는 노력파다.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난 김용달 전 삼성 타격 코치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가 김동엽이다.
↑ 김동엽은 소문난 훈련량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결과가 훈련량을 따라오지 못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김동엽은 올 시즌 타율 0.238 4홈런 24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장기인 장타율이 0.351에 그쳤고 출루율은 0.286에 머물렀다. 당연히 OPS가 0.637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 시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더욱 안타까운 추락이었다.
김동엽은 지난 해 115경기에 출장해 타율 0.311 20홈런 74타점을 기록하며 삼성의 트레이드 시도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바 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김동엽은 꾸준히 기회를 얻으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우리 팀 외야 구성상 꾸준하게 기회를 주기 어렵다. 한정된 기회를 김동엽이 살리는 수 밖에 없다.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하지만 지금 선수 구성으로는 김동엽을 무한정 믿고 기다릴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엽의 포지션은 좌익수다.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해 다른 외야 포지션은 맡기기 어렵다.
그런데 삼성 좌익수엔 김헌곤이 버티고 있다. 에버리지가 높고 수비가 안정돼 있는 김헌곤에게 먼저 손이 가는 것이 인지 상정이다.
그렇다고 지명 타자로 보직을 맡길 수도 없다. 삼성 지명 타자엔 피렐라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피렐라가 수비를 나갈 수 있다면 김동엽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지만 피렐라는 고질적인 발바닥 통증을 안고 있어 수비를 자주 나가기 어렵다.
지명 타자 한 자리는 피렐라가 맡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상이다. 김동엽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김동엽은 국내 타자 중 힘 하나만 놓고 보면 탑 클래스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다. 세 차례 20 홈런 이상 시즌을 기록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 받은 바 있다.
KBO 공인구의 반발력이 떨어진 지난 해에도 20홈런을 치며 장타력을 뽐냈었다.
하지만 올 시즌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을 해야 했고,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김동엽은 정말 훈련을 열심히 하는 선수다.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 아니라 정말 타격에 모든 것을 걸고 죽기 살기로 훈련을 한다. 그래서 더 보기 안쓰럽다. 땀 흘린 만큼 대가가 따라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훈련이라도 성실하게 하지 않으면 욕이라도 하겠는데 정말 열심히 하기 때문에 마음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정말 잘 됐으면 하는 선수인데 포지션 문제 등 일이 자꾸 꼬이기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동엽은 풀 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하면 라이온즈 파크에서 30개 이상의 홈런도 가능한 파워를 지닌
김동엽이 많지 않은 기회를 살려 폭발력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과연 김동엽이 포텐셜을 맘껏 터트리며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씻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