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지금 내겐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프로야구에서 12월과 1월은 비활동 기간이다. 연봉이 지급되지 않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엔 팀 훈련을 강제할 수 없게 돼 있다.
예외는 있다. 군 제대 선수와 신인 선수들은 미니 캠프에서 구단이 제공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 김평호 롯데 신임 주루, 외야 코치가 무보수로라도 1월 팀 훈련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열정이 어떤 결과를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
수당도 연봉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코치의 1월 훈련 참가는 사실상 봉사에 가깝다.
김평호(58) 롯데 신임 주루-외야 코치는 내년 1월 팀 훈련에 참여할 예정이다. 무보수로라도 훈련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연봉을 생각해 본 적 없다. 그 시기에 유망주들이 많이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저없이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현재 마무리 캠프에서 유망주들에게 주루 플레이에 대한 기본기를 심어주고 있다.
롯데는 '뛰는 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올 시즌 팀 도루가 60개에 그쳤다. 10개 구단 중 꼴찌다. 1위 삼성(116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도루를 기록했다. 도루가 효율적인 공격 무기가 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숫자다.
김평호 코치의 몫이 대단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롯데에 새로운 색깔을 입혀야 하는 책임이 주어졌다.
김평호 코치는 상대의 허점을 분석하는데 1인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삼성 코치 시절 2년 연속 도루왕을 배출하며 진가를 뽐냈다. “김평호 코치와 이렇다 할 인연은 없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알기에 영입했다”던 류중일 당시 삼성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이었다. 김 코치는 자비로 마련한 시스템을 통해 하루 5경기서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찾아내 분석하는 작업을 매일같이 반복해 노하우를 쌓았다.
김 코치가 1월 훈련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군 제대 선수와 신인 선수들 중 주루 센스가 있는 선수들이 있다는 평가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원석들 중에서 내년 시즌 1군에서 뛸 수 있는 전력을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김 코치는 "군에서 돌아오는 선수들 중 빠른 선수가 제법 있다고 얘기를 들었다. 그 선수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1월 훈련에 합류하기로 했다. 기회가 된다면 12월 훈련에도 참여하고 싶지만 그 땐 체력훈련 위주로 한다고 해서 1월 훈련 참가로 일정을 바꿨다. 롯데가 좀 더 빠른 팀이 되기 위해선 빠르게 뛸 수 있는 선수들을 많이 키워내야 한다. 아무리 빨라도 공격이 안되면 역할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공격도 되는 선수를 찾기 위해선 일단 빠른 움직임을 가르쳐 둬야 한다. 그 중 공격력까지 성장하는 선수들이 대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에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이 제법 있다. 서튼 감독님과도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감독님도 뛰는 야구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 야구에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엔 조금 더 나아진 발 야구를 할
김 코치는 연봉 지급 여부와 상관 없이 훈련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연 김 코치의 열정이 잠들어 있던 롯데의 발 야구를 다시 깨워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