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프로야구는 외국인 감독들이 몰락한 한 해로 역사에 남게 됐다.
2021시즌에는 다수의 외국인 사령탑이 나왔다. 2020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에 이어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부임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5월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대신 퓨처스팀 사령탑인 래리 서튼 감독을 승격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역사상 외국인 감독이 3명이나 있었던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08시즌을 앞두고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기록된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 이후로 2017시즌부터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 지휘봉을 잡은 트레이 힐만 감독 모두 유일한 외국인 감독이었다. 동일 시즌에 2인 이상의 외국인 사령탑이 존재했던 적은 없었다.
↑ 왼쪽부터 맷 윌리엄스, 카를로스 수베로, 래리 서튼. 사진=MK스포츠DB |
2017년 SK는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고, 2018년에는 정규시즌 2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선수들의 잠재된 기량을 이끄는 리더십으로 호평받았다. 또 SK가 시도했던 스포엔터테이먼트에도 적극적이었다. 배우 김보성씨로 분장해 ‘의리’를 외쳤고,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에이스 김광현과 모발 기부 행사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2021시즌 외국인 사령탑이 재임한 세 팀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롯데와 KIA는 8~9위에 자리했다. 한화는 최하위였다. 5강 진출은커녕 꼴찌부터 차례대로였던 것이다. 팬들의 기대 심리와는 거리가 있는 결과물이었다.
결국 KIA는 윌리엄스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표현이 해지이지만 경질의 의미였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해 하위권으로 평가된 KIA를 5할대 승률(6위)로 이끌며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오히려 순위가 더 하락하고 말았다. 에이스 양현종의 미국 진출 등에 믿었던 중심타자들이 부진에 빠졌다.
하지면 전반적인 팀 전력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전 외국인 사령탑과 달리 윌리엄스 감독은 뚜렷한 색깔과 철학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결국 윌리엄스 감독은 계약기간을 1년 남기고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서튼 감독은 시즌 중반 지휘봉을 잡은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분위기는 어느 정도 바꿨다는 평가다. 리빌딩을 목표로 부임한 수베로 감독도 성적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팀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각 구단이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한 것은 팀의 체질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수직적인 구단 내 문화를 바꿔 젊은 선수들이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달라는 의미가 컸다.
하지만 성적표도 중요한 결과물이다. 윌리엄스 감독의 실패를 통해 외국인 감독 카드
이제 2022시즌에는 서튼 감독과 수베로 감독이 남게 된다. 올 시즌 아쉬운 성적표를 딛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