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대의 기회를 맞았지만 오히려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제대로 된 대우를 받게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원 소속 구단의 방침이 냉정하다.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할 상황이지만 보상 선수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루수 FA 서건창(32)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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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가 서건창과 협상에서 냉정한 스탠스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보상 선수의 벽에 막혀 외부 유출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시즌 도중 LG로 트레이드가 됐지만 성적은 기존 정주현에 비해 크게 나아질 것이 없었다.
FA를 앞두고 원 소속 구단인 LG의 반응이 싸늘한 이유다.
차명석 LG 단장은 "서건창은 일단 에이전트가 제시하는 조건을 들어 보고 움직일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선 포기할 수도 있다. 올 시즌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만큼 그에 맞는 대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현수와는 결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김현수와 서건창을 같은 선상에 놓고 평가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당연히 김현수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자원이고 서건창은 경우에 따라 다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선수다. 조건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건창은 올 시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144경기에 출장했지만 타율이 일단 0.253에 그쳤다. 6개의 홈런과 52타점을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출루율도 0.350에 불과했고 장타율은 0.343이었다. OPS가 0.693에 불과했다.
LG가 야심차게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LG로 트레이드가 되며 FA 등급이 A급으로 다시 올라가게 된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보상 금액은 그리 크지 않다. 연봉이 2억25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연봉의 150%라 해도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다. 수십, 수백억 원이 오가는 FA 시장에선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보상 선수는 다르다. 서건창은 A급 FA로 분류되며 보호 선수 규모가 20명으로 줄었다. 과연 21,22번째 선수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느냐가 숙제라 할 수 있다.
현재 바닥을 친 서건창의 성적이 보상 선수 이상의 기량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
보상 보호 선수 규모가 20명으로 줄어들며 서건창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모든 팀들은 FA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유망주가 유출 되는 것은 대단히 경계 하고 있다. 서건창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LG는 서건창의 계약 규모를 대단히 짜게 편성할 것이 유력하다. 서건창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엔 턱 없이 부족한 조건이 제시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팀을 떠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보상 선수 규모가 발목을 잡고 있다. 보상 선수를 내주면서까지 영입해야 할 FA라는 것을 입증하는데 실패한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LG가 서건창과 협상에서 냉정한 스탠스를 유지할 것을 공공연하게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타 팀 이적 가능성이 크지 않고 이적한다 해도 보상 선수로 공백을 메울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 결정적 이유라 할 수 있다.
또 한 명의 내부 FA인 김현수를 반드시
보상 선수의 벽을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대단히 적기 때문이다. 서건창이 찬바람이 부는 협상 테이블에서 얼마나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