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프로야구 흥행 성적은 ‘폭망’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의 여파가 이어졌다고는 하지만, 예년에 비해 ‘가을야구’에 대한 관심도 적어진 건 심각한 문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관중 1만3796명이 입장했다.
고척돔의 수용 규모는 1만6200명이다. 한국시리즈는 지난 2015년 두산과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올해 1차전까지 31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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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프로야구는 3경기 연속 한국시리즈 관중석이 2000석 이상 빈 채로 막을 내렸다. 사진=김영구 기자 |
한국시리즈는 프로야구에서도 최고 인기 콘텐츠다. 11월부터 ‘위드 코로나’에 돌입하면서 KBO는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방침에 따라 포스트시즌부터 전 경기의 모든 좌석을 100%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구역으로 운영했다. 지난 여름부터 수도권 기준으로 다시 무관중 체제로 돌아갔던 프로야구에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프로야구는 더 이상 매력적인 콘텐츠가 아니었다. 이번 한국시리즈 매진 실패만 봐도 그렇다. 혹자는 비인기팀인 kt위즈 선전을 이유로 대고 있지만, kt는 풍부한 스토리를 담은 팀이었다.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고 우승을 확정하면서 숱한 얘깃거리를 만들었다.
냉정하게 야구팬들이 야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징조로 해석해야 한다. 이는 프로야구가 자초했다고 봐도 된다.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 술판, 밀실에서 구단 이기주의로 결정한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우물 안 개구리라는 현주소가 드러난 올림픽 노메달, 해마다 반복되는 음주운전 등 실망스러운 일들이 누적돼왔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은 kt의 마법과 같은 감동적인 우승 스토리를 묻히게 만들었다.
KBO도 이런 현실을 좀 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면 안된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자부심을 버릴 것까진 없지만, 잇단 악재로 야구팬들이 떠나면서 프로야구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유지해야 한다.
등을 돌린 팬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 잡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 이상을 해야
스포츠의 가장 큰 가치는 ‘감동’이다. 팬들도 궁극적으로 스포츠를 통한 ‘감동’을 원한다. 배부른 천재보다는 노력하는 범인(凡人)에 열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KBO는 물론, 10개 구단이 명심해야 할 가장 상식적인 것들이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