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kt’는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였다. 창단 첫 통합우승의 역사적인 순간을 즐기는 순간에도 오랜 시간 자신들을 지탱해 준 베테랑을 잊지 않았다.
kt 위즈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8-4로 이겼다. 한국시리즈 역대 9번째 스윕과 함께 ‘V1’ 달성의 기쁨을 맛봤다.
kt는 마무리 김재윤(31)이 9회말 2사 후 마지막 타자 박세혁을 내야 땅볼로 잡아낸 순간 1루쪽 더그아웃에 있던 kt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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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위즈 박경수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 종료 후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목발을 짚고 그라운드로 향하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영구 기자 |
박경수는 전날 3차전에서 8회말 수비 중 우측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한국시리즈 잔여 경기 출전이 불가능했지만 목발을 짚고 경기장에 나와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을 응원했다. kt의 우승이 확정된 후에도 거동이 불편한 탓에 곧바로 그라운드에 나갈 수 없었다.
박경수는 혹여 자신 때문에 후배들의 우승 세리머니가 지체될까 싶어 최대한 천천히 그라운드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후배들은 박경수와 유한준이 더그아웃에 머물고 있는 모습을 보이자 우승 세리머니를 자체 중단했다. 두 사람에게 어서 마운드 쪽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고 박경수는 동료들과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천천히 그라운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경수는 한국시리즈 MVP 수상 인터뷰에서 “우승이 확정되고 후배들이 그라운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정말 깜짝 놀랐다”며 “다리가 좋지 않아 세리머니가 끝나면 천천히 그라운드에 나가려고 했다. (유) 한준이 형과 포옹하고 있는데 옆에서 애들이 기다리니까 빨리 나가라고 하더라. 후배들이 다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데 정말 뭉클했고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경수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허리가 썩 좋지 않았지만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모두 선발출전했다.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빠지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후배들에게 큰 짐을 주기 싫은 점이 컸다.
박경수는 “내가 빠지면 중요한 상황에서 후배들이 나가야 하는데 그런 부담을 주기가 싫었다. 나도 긴장되는데 경기 후반 1-2점 차에서 더그아웃에 있다가 갑자기 나가면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3차전 막판 부상으
또 한국시리즈 MVP 상금 1000만 원에 대해서는 “기분 좋게 받은 큰 돈인데 후배들 밥도 사주고 좋은 일도 하고 싶다. 차차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고척(서울)=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