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감독.’ 2018시즌이 끝난 뒤 당시 이강철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가 kt위즈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나온 얘기였다.
선수 시절은 해태 왕조의 주역이었고, 코치 시절에도 많은 경험을 쌓은 이 감독에게 적절한 수식어였다. 친정인 KIA타이거즈에서 숱한 투수들을 조련했고,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 두산 수석코치를 거치면서 강팀으로 승승장구하게끔 힘을 보탰다.
하지만 kt는 달랐다.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가득한 시선이 많았다. 이는 이강철 감독의 유순한 스타일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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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위즈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1 KBO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8–4로 승리하며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kt 이강철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천정환 기자 |
만년 하위팀 이미지가 굳어진 팀을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 이강철 감독이 지휘하기에 어렵다는 예상이 많았다. kt같은 꼴찌팀에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카리스마의 소유자가 어울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마법을 부렸다. 2019시즌 시범경기부터 승리를 신고하지 못하고, 초반 연패에 빠지며 감독 데뷔승을 신고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kt를 단단한 팀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시즌 막판에는 NC다이노스와 치열한 5강 경쟁을 펼쳤다. 아쉽게 6위에 머물렀지만, kt 창단 후 처음으로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했다.
패배 의식에 젖었던 팀은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kt는 필승조라는 걸 갖추게 됐다. 배제성이라는 보석을 발견했다.
2020시즌은 더욱 힘이 붙었다. 특급 신인 소형준이 가세하면서 마운드는 더욱 안정됐다. 여기에 중견수 배정대의 발굴과 강백호의 1루수 전향은 공수 전체적으로 짜임새를 만들었다. 결과는 확실했다. 81승 1무 62패로 정규시즌 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다만 첫 포스트시즌인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1승 3패로 밀렸다.
그리고 이강철 감독 부임 3년 차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kt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8–4로 승리했다. 시리즈 4연승이었다. 윌리엄 쿠에바스-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고영표-소형준-배제성으로 이어지는 5선발은 10개 구단 최강이었다. 중심타자로 성장한 강백호가 건재한 타선도 활화산같이 폭발했다.
비록 정규시즌 막판 치열한 선두 경쟁 속에서 부침을 겪었지만, kt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투타 완벽한 조화를 펼쳤다. 무엇보다 이 감독이 공들인 신구조화가 결실을 맺었다. 맏형 유한준, 박경수 등 베테랑에 캡틴 황재균, 조용호, 장성우가 뒤를 받쳤다. 심우준, 배정대, 강백호에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까지 거를 수 없는 타자들이 제몫을 해줬다.
마운드는 4승 모두 선발투수들이 만들었다. 토종 에이스로 성장한 고영표는 불펜으로 전환해 승부처에서 호투를 펼쳤다. 창단 멤버로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마무리 김재윤은 헹가레 투수가 됐다.
이 감독은 ‘팀kt’를 외치며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 해태 시절 직접 경험한 강팀 DNA를 kt에 자연스럽게 이식한 것이 주효했다.
부드러울 것 같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고척(서울)=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