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시리즈 3차전은 kt 위즈의 마운드가 얼마나 막강한지를 확인한 경기였다.
kt 선발투수로 나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5⅔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빼어난 피칭을 보여줬다. 최고구속 154km를 찍은 직구의 무빙과 예리한 변화구 모두 훌륭했다. 두산 타자들로서는 이 공들을 쳐내는 게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정규시즌 종료 후 휴식기 동안 컨디션 관리를 매우 잘했다.
필자는 현역 시절 총 6번의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 이 중 1998, 2003, 2004 시즌은 현대 유니콘스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3주일에 가까운 기간 동안 휴식과 훈련을 병행한 뒤 최상의 구위를 되찾은 상태로 한국시리즈를 시작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시즌 때보다 직구 스피드가 2-3km 정도 더 나왔고 변화구 제구도 잘 이뤄졌다.
↑ kt 위즈 외국인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지난 17일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데스파이네의 뒤를 이어 등판한 좌완 조현우의 투구도 인상적이었다. 6회말 2사 1, 2루의 위기에서 두산 4번타자 김재환을 3구 삼진으로 잡아냈는데 투 스트라이크에서 결정구로 던진 슬라이더는 상당히 날카로운 각도로 떨어졌다. 좌타자를 상대로 이런 슬라이더를 던진다면 순간적으로 대처해서 배트에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 조현우는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가운데 비록 단 한 타자였지만 페넌트레이스 때보다 더 좋은 투구를 해줬다.
고영표도 자기 공을 던져줬다. 스피드로 압도하는 스타일의 투수는 아니지만 워낙 뛰어난 제구력에 리그 최정상급 체인지업을 던지기 때문에 공략하기 쉬운 투수가 아니다. kt 마무리 김재윤도 9회말을 깔끔하게 막았다. 148km까지 찍은 직구가 포수 미트까지 힘 있게 차고 들어가면서 타자들을 압도했다.
kt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프리미엄을 확실하게 살려냈다. 투수들이 한결같이 컨디션 관리를 잘하고 한국시리즈에 들어왔다. 등판하는 투수들마다 1차전부터 3차전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넘치는 힘을 바탕으로 지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타자들도 수비와 공격에서 각자가 맡은 바 역할을 잘해주면서 투타 밸런스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반면 두산은 3차전 선발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5이닝 1실점으로 잘 버텨줬음에도 타선 침묵에 발목이 잡혔다. 미란다는 부상 이후 오랜만에 실전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5회까지 던지고 교체된 것 같은데 이때까지 두산 타자들이 한 점도 얻지 못한 부분이 패인이 됐다. 두산은 투수들이 지쳐있기 때문에 방망이가 힘을 내야만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었다. 투수들이 3실점으로 선방했지만 결국 1점 밖에 얻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 kt 위즈 고영표가 지난 17일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 구원등판해 7회를 실점 없이 막은 뒤 웃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기까지는 타자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거듭된 강행군 속에 투수뿐 아니라 타자들도 지쳤다.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100% 컨디션의 kt 투수들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