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015 시즌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KBO 최초의 역사를 썼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올해는 한국시리즈 진출 과정이 더욱 극적이었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모두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우승팀 kt 위즈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내리 패하면서 힘 없이 트로피를 넘겨 줄 위기에 몰렸다.
↑ 두산 베어스 박건우(왼쪽)가 지난 15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4회초 삼진을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특히 박건우의 난조가 뼈아프다. 양석환의 경우 올해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한국시리즈는 물론 가을야구 경험 자체가 많지 않았다. 반면 박건우는 지난 7년간 밥 먹듯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던 선수다.
박건우는 한국시리즈 첫 두 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몸에 맞는 공으로 한 차례 출루한 게 전부다.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2타수 5안타로 좋았던 타격감이 플레이오프에서 9타수 2안타로 주춤하더니 한국시리즈에서 지독한 슬럼프로 이어졌다.
박건우의 한국시리즈 부진이 생소한 일은 아니다. 데뷔 첫 한국시리즈였던 2015 시즌 16타수 5안타 3타점으로 깜짝 활약을 펼쳤던 것을 제외하면 2016 시즌 15타수 3안타, 2017 시즌 19타수 4안타, 2018 시즌 24타수 1안타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2019 시즌의 경우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기록해 데일리 MVP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4경기 17타수 3안타로 좋은 성적을 남겼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역시 5경기 18타수 3안타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통산 타율은 0.164로 처참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 때문에 지난 15일 2차전에 앞서 “양석환한테 박건우는 7년째 저러고 있는데 너는 경기에 나가서 공을 맞히기만 하면 잘하는 것이라고 말해줬다”는 웃픈 농담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이 반격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박건우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두산의 팀 사정상 박건우를 대체할 자원도 없다.
박건우는 3차전 kt 선발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에게 지난 2년간 20타수
박건우 개인으로서도 침묵을 깨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올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는 가운데 큰 경기에 약한 선수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