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장 경계하던 인물을 활용하지 않은 것 같더라. 두산 입장에선 행운이었다."
한 두산 관계자가 LG와 준플레이오프서 승리를 거둔 뒤 한 말이다.
두산이 경계했다던 인물은 바로 조인성 LG 2군 배터리 코치였다. 조 코치가 2군에 있었던 것이 두산 입장에선 운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말이었다. 무슨 뜻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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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시절 조인성 코치. 두산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조 코치를 LG가 얼마나 활용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타자들에 대한 데이터도 많을 수 밖에 없다. 두산 덕아웃에서 3년을 보내며 두산의 모든 것을 연구한 지도자가 바로 조인성 코치라 할 수 있다.
배터리 코치라는 특성상 투.포수, 야수에 걸쳐 다양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솔직히 LG 벤치에 조인성 코치가 있었더라면 많이 부담이 됐을 것이다. 우리 투.포수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조 코치는 2군에 머물러 있었다. 조 코치의 정보가 그다지 많이 전달된 것 같지 않았다. 한결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우리 입장에선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고 털어 놓았다.
LG는 매년 두산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 중 하나로 한다. 한 때 일방적으로 두산에 밀리곤 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류중일 전임 LG 감독은 "두산을 넘어서야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두산전 징크스를 깨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을 정도였다.
올 시즌 성적은 그나마 두산을 많이 추격했다고 할 수 있다. 상대 전적이 6승3무7패였다. 그러나 두산 전력이 크게 약화된 시즌이었음을 감안하면 그다지 좋은 결과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조인성 코치가 1군에 있었다 해도 크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 수는 있다. 하지만 순간적인 대처나 두산 투.타의 특성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두산 관계자는 "조인성 코치가 3년이나 배터리 코치를 했기 때문에 우리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조 코치가 LG로 이적하겠다고 밝혔을 때 적잖이 긴장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 코치가 2군으로 배치되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안 그래도 전력 분석이 강한 팀이 LG다. 조 코치 나름대로 정보를 주려 했겠지만 1군에 동행하는 것과 2군에 있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순간적인 대응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특히 포스트시즌처럼 중요한 경기서는 빠른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많다. 조인성 코치가 1군에 있었다면 부담이 분명 컸을 것이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 했던 존재가 1군에 없었기 때문에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LG가 우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LG가 두산을 알기 위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인물을 활용하지 않은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LG는 2년 연속 두산에 밀리며 준플레이오프서 탈락했다
집단 지성을 앞세워 시즌을 치르고 있음을 강조해왔던 류지현 LG 감독이기에 더욱 아픈 대목이었다. 결과적으로 두산이 가장 겁냈던 부분을 스스로 지운 셈이 됐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