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6일 KBO리그서의 1년을 정리하는 기자 회견을 했다.
추신수는 이 자리에서 고영표(KT)의 체인지업을 극찬했다.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갑자기 사라진다. 내가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추신수의 혀를 내두르게 한 공은 또 있었다. 롯데 '슈퍼 루키' 김진욱의 패스트볼이 그 것이었다.
↑ 김진욱은 대선배 추신수로부터 극찬을 받은 구위를 갖고 있는 투수다. 그 공을 바탕으로 도약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숙제다. 사진=김영구 기자 |
4-4로 팽팽히 맞선 8회말 롯데에 무사 1,2루 위기가 찾아왔다. 최현 당시 롯데 감독 대행은 이 위기서 좌완 김진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지훈-최주환-추신수로 이어지는 좌타 라인을 묶기 위해서였다.
김진욱은 첫 타자 최지훈을 희생 번트로 잡아냈다. 전진해 있던 3루수 한동희가 빠르게 3루를 선택해 선행 주자를 잡아냈다.
김진욱은 다음 타자 최주환에게는 볼넷을 내줘 1사 만루로 위기가 불어났다.
하지만 이 순간 김진욱의 진가가 발휘됐다.
김진욱은 최고 146km의 빠른 공을 앞세워 추신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빠른 공 2개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뒤 볼 카운트 2-2에서 몸쪽 높은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추신수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정까지 3구 삼진으로 막아내고 위기에서 탈출했다.
당시 추신수는 김진욱의 공에 대해 "올 시즌 내가 본 좌완 투수들 중 최고의 패스트볼이었다"고 극찬을 한 바 있다.
고영표에 앞서 먼저 추신수를 놀라게한 투수가 있었던 셈이다.
김진욱은 올 시즌을 아쉬움 속에서 마쳤다.
시즌 초반 선발로 기회를 얻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불펜으로 전환한 뒤 나름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었지만 최종 성적표은 4승6패, 평균 자책점 6.31이었다. 이의리(KIA) 등 동기들에게 한참 뒤져 신인왕 후보로 언급도 되지 않고 있다.
제구 불안이 가장 큰 문제였다. 45.2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이 52개나 됐다. 폭투도 15개나 기록됐다. 폭투는 투수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만큼 의외의 사이드로 공이 날아가는 횟수가 많았음을 뜻한다.
내년 시즌 김진욱이 자신의 구위를 살리기 위해선 볼넷 줄이기가 가장 우선 돼야 한다.
볼 끝의 힘은 계속 살리면서 제구를 잡을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목표다. 불펜으로서 나름 성과를 냈지만 롯데의 미래를 생각하면 선발로 한 자리를 차지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선발은 볼넷에 대한 부담이 덜한 보직이다. 김진욱이 마음껏 나래를 펼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대신 6~7회까지 스태미너를 유지할 수 있는 체력 보강은 필수라 할 수 있다.
김진욱은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추신수로부터도 극찬을 받은 위력적
그 자부심을 가슴에 새기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약해야 한다. 추신수에겐 고영표 이전에 김진욱이 있었다. 대선배를 놀라게 한 그 구위를 앞세워 김진욱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