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결국 득점을 많이 내야 이기는 종목이다. 그렇기에 그 팀의 득실차는 시즌 성적과 직결된다. 득점과 실점을 이용해 승률을 예측하는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이라는 지표도 있을 정도다
2021시즌 시애틀은 697점을 내는 사이 748점을 허용했다. 이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에 따르면 이 팀은 76승 86패에 그쳐야 정상. 그러나 이들은 90승 72패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이들은 일단 한 점 차 승부에서 강했다. 33승 19패를 기록했다. 끝내기 승리가 무려 열 번에 달했다. 대신에 질 때 화끈하게 졌다. 5점차 이상 벌어진 경기에서 11승 28패 기록했다. 13경기에서 10점 이상 허용했고, 14점 이상 내준 경기도 세 차례 있었다. 이 두 가지 요소 덕분에 시애틀은 2021시즌 법칙을 거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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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애틀은 시즌 막판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
시즌 훑어보기
90승 72패 아메리칸리그 서부 2위, 697득점 748실점
WAR TOP5(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타이 프랜스 4.3
J.D. 크로포드 3.8
크리스 플렉센 3.5
미치 해니거 2.9
드루 스테켄라이더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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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드는 불펜 투수임에도 10승을 기록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이른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90승의 벽을 넘었다.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승수다. 특히 9월 이후 보여준 놀라운 상승세(19승 10패)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을 혼란속으로 몰아넣었다. 시즌 마지막날까지 와일드카드 진출의 희망을 걸고 경기했다.
크리스 플렉센은 또 다른 'KBO 역수출'의 성공 사례로 자리잡았다. 그가 시애틀과 2년 475만 달러에 계약했을 때만 하더라도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31경기에서 179 2/3이닝 소화하며 14승 6패 평균자책점 3.61의 좋은 성적으로 이같은 의심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줄곧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며 '먹튀' 소리까지 들었던 기쿠치 유세이는 전반기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48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불펜은 아메리칸리그에서 네 번째로 좋은 3.8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 중심에는 드루 스테켄라이더(14세이브 평균자책점 2.00) 폴 시월드(11세이브 3.06)의 활약이 있었다. 시월드는 불펜 투수임에도 10승을 달성했다. 켄달 그레이브맨(10세이브 0.82)이 시즌 도중 팀을 떠나지 않았다면 어떤 성적을 냈을지 궁금하다.
타이 프랜스, J.P. 크로포드 등 가능성을 보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이 팀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미치 해니거는 지난 시즌의 공백이 믿기지 않을 활약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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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닉은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플렉센의 성공은 좋은 일이었지만, 그외에는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이 한 명도 없었다. 전반기 선전했던 기쿠치는 후반기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1승 5패 5.98). 트레이드의 귀재인 제리 디포토 사장은 이번 시즌에도 부지런히 트레이드를 진행했는데 큰 임팩트는 없었다. 오히려 불펜의 핵심 멤버인 그레이브맨을 같은 지구팀, 그것도 순위 경쟁중인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보내며 선수단의 사기를 꺾었다. 이후 디에고 카스티요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빈자리를 채웠지만, 이미 선은 넘어버린 뒤였다. 그래도 카스티요는 24경기에서 7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86으로 자기 역할이라도 했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영입한 타일러 앤더슨은 13경기에서 2승 3패 4.81로 부진했다. 특히 시즌 순위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중이던 막판 세 경기에서 7 2/3이닝 14실점(13자책)으로 부진한 것은 아쉬웠다.
2018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선수 재러드 켈닉을 자랑스럽게 빅리그 무대에 선보였지만, 93경기에서 타율 0.181 OPS 0.615에 그치며 실망만 남겼다. 11년간 3루 자리를 지켜왔던 카일 시거와도 작별했다.
90승을 기록했지만, 어쨌든 포스트시즌은 나가지 못했다. 2001년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긴 가뭄이다.
앞으로 할 일
FA: 타일러 앤더슨, 션 둘리틀, 기쿠치 유세이, 제임스 팩스턴, 헥터 산티아고, 카일 시거, 조 스미스
연봉조정: 미치 해니거, 드루 스테켄라이더, 톰 머피, J.P. 크로포드, 디에고 카스티요, 폴 시월드, 케이시 새들러, 딜런 무어, 루이스 토렌스
매리너스 구단 운영진은 지난 9월 디포토 사장과 스캇 서비스 감독의 계약을 연장하며 이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존 스탠튼 회장도 다음 시즌 연봉 총액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고
[알링턴(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