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지금 '투수 타격'과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 5차전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 노사가 현재 새로운 노사 협약을 준비중이고, 이 협약에 내셔널리그 지명타자제 재도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주장이다. 리그 입장에서는 지명타자 확대로 공격력을 증대해 경기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고, 구단 입장에서는 투수들의 타격으로 인한 부상을 막을 수 있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가 도입되면 그만큼 베테랑 야수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게된다. 모두에게 이득인 셈이다.
↑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안타를 때린 휴스턴 선발 잭 그레인키의 모습. 사진=ⓒAFPBBNews = News1 |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 중심에는 내셔널리그 구단주들이 있었다. 내셔널리그는 아메리칸리그보다 먼저 생긴 리그다. 자신들이 정통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명타자 제도가 아메리칸리그에서 도입된 것도 후발 주자인 아메리칸리그가 공격력을 증대해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선택이었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지난 2018년 7월 가진 인터뷰에서 "내셔널리그에서 지명타자를 사용하면, 그 브랜드는 끝나게 된다. 내 생각에 내셔널리그 구단주들 사이에서도 이것 때문에 망설이는 것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내셔널리그 구단들의 반대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을 한 번에 뒤집은 것은 '역병'이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가 일시적으로 도입됐다.
일단 "한 번 해봤다"는 사실은 아주 중요하다. 현장의 거부감을 크게 줄였다. 브라이언 스닛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감독은 "예전에는 나도 이 제도를 반대했지만, 지금은 찬성한다"며 지명타자 도입 찬성 입장을 밝혔다. 월드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그는 "휴스턴에서도 경기를 즐겼고, 지난 시즌에도 그랬다"며 지명타자가 도입된 경기를 치른 소감을 전했다.
그는 "투수들은 자라면서 타격을 배우지 않았다. 예전에는 운동 능력이 좋은 투수들은 투구를 하지 않을 때는 유격수를 하거나 타격도 했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투수들이 원치 않는다. 그리고 (지명타자가 나오는 것이) 보기에도 더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 보다 많은 액션이 있을 것"이라며 찬성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잘 던지고 있는 투수를 대타 때문에 빼야하는 고민도 하지 않게된다고 덧붙였다.
↑ 다저스 소속이던 지난 2019년 9월 홈런을 때린 뒤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류현진의 모습. 이제 이런 모습은 더 이상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AFPBBNews = News1 |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5차전 선발 투수인 프램버 발데스는 "솔직히 말하면 지난 샌디에이고 원정이 끝난 뒤 '더 이상 타격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타격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에게 투구말고 다른 것에 집중해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타석에서는 마운드에서와 완전히 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타격을 소화한 뒤 완전히 리셋하고 다시 마운드로 돌아가는 것은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라며 투수에게 경기중 타격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반대 여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제도가 들어오면 많은 것들이 사라지게 되기에 이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투수 타석에 맞춰 라인업을 조정하는 더블 스위치가 사라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월드시리즈 현장에서도 반대 목소리는 분명했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투수 제시 차베스는 "두 개의 다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야구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며 내셔널리그만의 재미를 지켜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을 반대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는 "12, 13, 14살짜리 어린 선수들이 지명타자가 되고싶다며 수비는 하지않고 타격만 할 수도 있다.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타격말고도 해야할 것들이 많다"며 지명타자 제도가 일반화되는 것이 어린 선수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했다.
찬성쪽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어느쪽이든 나름대로 일리 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협상에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메이저리그 노사가 어떤 현답을 얻어낼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가보기전까지는 어떤 것도 알 수 없기에 어느쪽편도 들지 않겠다"는 애틀란타 외야수 애덤 듀발의 말처럼, 일단은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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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란타(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