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한국프로야구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또 구단 간 이해가 충돌할 때 조정 역할을 한다. 조정이 여의치 않을 땐 직권으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다.
도쿄올림픽을 앞둔 지난 7월 KBO 이사회가 내린 리그 중단 결정이 큰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스포츠전문 케이블방송 4사가 25일 KBO와 10개 구단을 상대로 리그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KBO는 26일 이사회를 소집해 방송중계권을 담당하고 있는 KBOP에 해결을 맡겼다. 리그 중단 결정은 구단에서 하고, 문제가 생기니 뒤처리는 KBO에 떠넘긴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정지택 KBO 총재는 그동안 어디에 있었고,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 가이다. 리그 중단 문제는 당시에도 대단히 중대한 사안이었다. 프로야구 출범 40년 만에 초유의 일이었고,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충분히 예측되었기 때문이다.
↑ 초유의 리그중단 사태는 심각한 후유증을 몰고 왔다. 정지택 KBO 총재의 해결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사진=MK스포츠 DB |
정지택 총재의 그 뒤 행동은 더욱 뜨악했다. KBO가 7월13일부터 18일까지 30경기를 추후 일정으로 미루기로 결정한 것이 중단 하루 전인 7월12일이었다. 정지택 총재는 열흘이 넘도록 한 마디 말도 없다가 23일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 한 장을 보냈다.
'코로나19 방역과 선수관리 실패에 대한 사과문'이었다. 리그 중단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었다. 정지택 총재의 인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팬들이나 언론이 분노하고 질타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리그 중단에 따른 방송사의 손해배상 때문만이 아니다. 느닷없는 무승부 도입에 따른 흥미 반감, 포스트시즌 축소 등 가뜩이나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는 인기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이 모든 것이 자기 팀만 살겠다는 구단을 꾸짖기는 커녕 박자를 맞춘 정지택 총재의 책임이다. 총재는 구단 사장과 드잡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단 한발짝도 물러나선 안된다.
방송사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한 지금, 정지택 총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리그 중단의 당위성을 찾느라 고심 중일까. 아니면 방송사를 찾아다니며 손해배상을 철회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다 틀렸다. 프로야구 중계로 먹고 사는 방송사가 왜 들고 일어났나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프로야구 콘텐츠는 더 이상 ‘갑’이 아니다. 관중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고, 시청률은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있다.
리그 중단은 크나큰 실기였다. 그러나 위기와 기회는 함께 찾아온다고 했다. 그 해법을 찾는 것은 모든 야구인의 숙제다. 그 한 가운데 정지택 KBO 총재가 있다.
정지택 총재는 당당히 앞에 나서 문제 해결에
[김대호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