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투수 이영하가 불펜 투수로 순항하고 있다.
선발 투수로는 평균 자책점이 9.80이나 됐다. 하지만 불펜 전환 이후로는 평균 자책점이 1.31로 크게 떨어졌다.
승리를 지켜야 할 때도 나오고 점수를 더 줘선 안되는 상황에서도 등판한다. 16일 잠실 KIA전서도 마운드에 올라 1.2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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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하가 성공적으로 불펜 투수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볼넷 관리는 좀 더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이영하는 최근 10경기서 14.1이닝을 던지는 동안 7개의 볼넷을 내줬다. 2이닝 당 1개 꼴의 볼넷을 내준 셈이다.
볼넷으로 자멸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특급 불펜이 가져야 할 수치보다는 웃도는 볼넷 허용률을 보여줬다.
선발 투수로서 44.1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31개나 내줬던 이영하다. 제구가 흔들리며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위기들은 대량 실점을 하는 이유가 됐다.
불펜으로 전환한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불펜 투수로 21.1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19개나 기록했다. 거의 1이닝 당 1개 꼴의 볼넷을 내준 셈이다.
불펜 투수는 1점을 지켜야 하는 절체 절명의 상황에 마운드에 오른다. 불펜 투수의 실점은 곧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불펜 전환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보다 확실하게 필승조로 자리 잡기 위해선 볼넷을 줄이는 것이 필수 요소다.
16일 잠실 구장에서 만난 A팀 전력 분석원은 "이영하는 상대를 힘으로 압도할 수 있는 구위를 가진 투수다. 짧은 이닝 동안 집중해서 던질 수 있는 불펜 투수로서는 더욱 위력적인 공을 던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평균 구속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보다 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파워에선 한국 타자들도 많이 밀리지 않는다. 힘 만으로는 상대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다고 할 수 없다. 이영하가 피안타율이 떨어지며 좋은 결과를 내고는 있지만 아직 볼넷 허용률은 높은 편이다. 주자를 쌓아 놓고 하는 야구는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잇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1점에 울고 웃는 불펜 투수들은 볼넷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영하는 아직 선발의 버릇이 남아 있어서 인지 주자 한 명을 출루 시키는 것에 대한 위험성이 얼마나 큰 것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불펜 투수에게 주자 한 명 출루는 언제든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이영하가 더 좋은 불펜 투수가 되기 위해선 볼넷을 잘 관리 해야 한다. 선발 투수들은 주자 나가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직 이영하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 볼넷을 더 줄여야 성공 확률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하의 피안타율은 선발 때에 비해 크게 향상 됐다.
선발로 뛸 때 45이닝서 63안타를 맞았지만 불펜으로는 20.1이닝서 15개의 안타만 맞았다. 평균 자책점이 크게 떨어진 이유다.
하지만 볼넷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분위기를 더욱 안 좋은 곳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영하는 앞으로 할 일이 많은 투수다. 선발 로테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 입장에선 이영하를 보다 자주 활용할 수 밖에 없다.
1점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구원
이영하의 볼넷 관리는 앞으로 잘 이뤄질 수 있을까. 성공적인 불펜 전환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선 반드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잠실(서울)=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