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개인 기록에 대한 공식적인 시상을 하지 않는다. '홈런왕'이나 '다승왕'을 따로 기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넘어가면 섭섭하니 포스트시즌의 열기가 불어닥치기전, 정규시즌 개인 기록들을 정리해봤다.
▲ 가장 치열했고 많은 관심을 끈 부분은 역시 홈런왕 경쟁이었다.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가 줄곧 앞서가다 9월 이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와 살바도르 페레즈(캔자스시티)가 치고 올라왔고, 결국 게레로 주니어와 페레즈가 48개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게레로 주니어의 48홈런은 22세 이하 선수로서는 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이다. 1953년 에디 매튜스가 세운 기록을 넘어섰다. 또한 1909년 타이 콥 이후 처음으로 22세 이하의 나이로 리그 홈런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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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바도르 페레즈는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 사진=ⓒAFPBBNews = News1 |
페레즈의 이번 시즌에는 또 하나 특이한 기록이 있다. 48개의 홈런을 때린 사이 볼넷은 단 28개만 얻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에 볼넷보다 홈런이 20개 이상 많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내셔널리그에서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42개의 홈런으로 1위에 올랐다. 어깨 부상으로 남들보다 적은 130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음에도 맨 윗자리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양 리그 모두 22세 이하 선수가 홈런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타니는 시즌 막판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46홈런에 그쳤지만, 이역시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일본인 타자로서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하며 이름을 남겼다. 또한 그는 26개의 도루를 동시에 기록, 호타준족의 기량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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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이 터너는 이적 이후에도 활약을 이어갔다. 사진= 고홍석 통신원 |
▲ 시즌 도중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로 팀을 옮긴 애덤 듀발은 113타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내셔널리그에서 한 시즌 두 팀 이상 몸담으며 타점 1위에 오른 것은 1916년 하이니 짐머맨이 시카고 컵스, 뉴욕 자이언츠를 거치며 83타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또 한 명 주목해야할 이적생이 있다. 타율 0.328로 내셔널리그 타율 1위에 오른 트레이 터너다. 워싱턴 내셔널스, LA다저스 두 팀에서 이 기록을 세운 그는 1990년 윌리 맥기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두 팀에서 뛰며 타율 1위에 오른 내셔널리그 선수가 됐다. 차이가 있다면, 맥기는 당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두 팀에서 뛰었고 내셔널리그에서만 타율 1위에 올랐다. 터너는 또한 테리 펜들턴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최다 안타 1위에 오른 선수가 됐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율리에스키 구리엘은 0.319의 타율로 아메리칸리그 타율 1위에 올랐다. 37세 나이에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배리 본즈가 2004년 39세의 나이로 1위에 오른 이후 최고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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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 갈로는 삼진도 많았고, 볼넷도 많았다. 사진= 고홍석 통신원 |
▲ 텍사스 레인저스, 뉴욕 양키스 두 팀에서 뛰었던 조이 갈로는 213개의 삼진을 기록, 이번 시즌 최다 삼진의 굴욕을 당했다. 지난 2018년에 이어 다시 한 번 200삼진을 당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동시에 111개의 볼넷을 얻으며 이 부문 아메리칸리그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0.199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중 두 번째로 낮은 타율을 찍고도 0.808의 OPS를 기록한 비결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타율 최하위는 누구였을까? 신시내티 레즈의 에우헤니오 수아레즈로 0.198을 기록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랜디 아로자레나는 20개의 도루를 성공했지만, 동시에 10개의 도루를 실패했다. 오타니도 26개의 도루를 성공하면서 10개의 도루를 저지당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마크 칸하, 시애틀 매리너스의 타이 프랜스는 27개의 사구를 맞으며 리그에서 한 해동안 가장 많이 맞은 타자로 이름을 남겼다. 화이트삭스의 호세 아브레유는 28개의 병살타를 때리며 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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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릭 코빈에게는 힘든 한해였다. 사진=ⓒAFPBBNews = News1 |
▲ 때린 사람이 있다면 맞은 사람도 있는 법. 이번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피홈런을 허용한 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조던 라일스로 180이닝을 던지며 무려 38개의 피홈런을 얻어맞았다. 그의 팀 동료 마이크 폴터네비츠가 35개의 피홈런으로 그 뒤를 이었다. 중간에 낀 선수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패트릭 코빈으로 37개의 홈런을 얻어맞아 내셔널리그 1위에 올랐다. 코빈은 0.286의 피안타율을 기록, 내셔널리그 규정이닝 소화 투수중 가장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댈러스 카이클이 0.290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피안타 갯수로만 따진다면 시카고 컵스의 카일 헨드릭스가 독보적이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200피안타를 허용한 투수가 됐다.
코빈과 카이클의 이름은 또 다른 부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시즌 규정이닝 소화 선수중 양 리그에서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코반 5.82, 카이클 5.28)을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좋은 시즌은 아니었다. 코빈은 또한 16패를 기록, 루이스 카스티요(신시내티)와 함께 최다 패전 타이 기록을 세웠다.
휴스턴의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는 9이닝당 4.21개의 볼넷을 허용,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중 가장 높은 볼넷 허용 비율을 기록했다. 동시에 9이닝당 10.26개의 탈삼진도 잡았기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로비 레이는 정말 훌륭한 시즌을 보냈지만, 딱 한 가지 흠이 있었다. 25개의 도루를 허용하며 리그 최다 도루 허용 기록을 남겼다.
또 한 명 기억해야할 이름이 있다. 샌디에이고의 오스틴 애덤스. 그는 불펜 투수임에도 24개의 사구를 기록, 이 부문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다. 52 2/3이닝을 던지며 24차례나 타자를 맞혔다. 사구 기록이 집계된 이후 불펜 투수가 이 부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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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빈 번즈는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 이번에는 투수 기록의 밝은면을 보자. 밀워키 브루어스의 코빈 번즈는 2.43의 평균자책점으로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브루어스 투수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레이는 2.8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162이닝 이상 던진 아메리칸리그 투수중에는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는 또한 248개의 탈삼진으로 이 부문 리그 전체 1위를 기록하며 사이영상을 미리 예약해뒀다. 토론토 투수가 평균자책점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2016년 애론 산체스 이후 처음이며, 탈삼진 1위는 2008년 A.J. 버넷 이후 처음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잭 윌러는 247개의 탈삼진을 기록, 내셔널리그 1위에 올랐다. 필라델피아 투수가 리그 탈삼진 1위를 기록한 것은 1998년 커트 실링 이후 그가 처음이다.
LA다저스의 훌리오 우리아스는 2016년 맥스 슈어저 이후 처음으로 20승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24세 이하 나이로 이같은 기록을 세운 것은 그의 팀동료 클레이튼 커쇼(2011년) 이후 처음이다. 뉴욕 양키스의 게릿 콜은 16승으로 아메리칸리그 다승 1위를 기록했다. 60경기 단축 시즌 이후 진행된 162경기 시즌,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이 와중에도 네 명의 투수가 '선발 투수의 꿈'이라 할 수 있는 200이닝 시즌을 소화했다. 그중에서도 윌러는 213 1/3이닝을 던지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워커 뷸러(다저스, 207 2/3이닝)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206 1/3이닝) 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 205 2/3이닝)의 이름도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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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멜란슨은 세이브 1위에 올랐다. 사진=ⓒAFPBBNews = News1 |
▲ 불펜 투수중에서는 마크 멜란슨이 39개의 세이브를 기록,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 2015년 51세이브로 이 부문 1위에 오른데 이어 다시 한 번 구원 1위를 기록했다. 화이트삭스의 리암 헨드릭스도 38세이브를 기록, 아메리칸리그 세이브 1위에 올랐다. 다저스의 블레이크 트레이넨은 32개의 홀드를 기록,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루크 잭슨(애틀란타)이 31개, 타일러 로저스(샌프란시스코)가 30개로 뒤를 이었다. 양키스의 채드 그린은 83 2/3이닝을 던지며 불펜 투수중에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샌디에이고의 내빌 크리스맷이 81 1/3이닝을 소화했다. 팀동료 조 머스그로브가 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그의 이름을 특별히 언급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리그 최악의 '블론왕'은 누구였을까. 네 명의 선수가 8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샌프란시스코(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