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타점왕 출신 제리 샌즈(33.한신)은 24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신-요미우리전의 영웅이었다.
세 번째 타석까진 안타가 없었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극적인 동점 2루타를 쳤기 때문이다.
샌즈는 한신이 5-6으로 뒤진 9회초 무사 2루서 중월 2루타를 터트리며 무승부를 이끌었다.
↑ 샌즈가 자신이 영웅이 될 수 있는 찬스에서도 팀을 먼저 생각하는 플레이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한신에서 사랑 받는 이유다. 사진=한신 SNS |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 없다.
한신이 패색이 짙었던 24일 경기서 극적인 무승부를 이끌어 낸 것은 큰 소득이었다. 할 수 있다. 샌즈가 그 중심에 서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데일리 스포츠는 "동료가 만들어준 기회에 불에 타지 않을 리 없다. 1점을 쫓는 9회 무사 2루 찬스서 한신 샌즈가 요미우리 수호신 비에이라의 변화구를 받아쳐 가운데 펜스를 강타하는 기사회생의 동점 적시 2루타를 쳤다. 그동안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가 가치 있는 무승부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상황은 이랬다. 선두 타자 이토하라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대주자 우에다가 초구에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타석엔 샌즈가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샌즈는 자신이 영웅이 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중요한 순간에 팀 배팅을 먼저 생각했다.
샌즈는 "앞에 두 선수가 훌륭한 일을 해줬다. 어떻게든 3루에 진출시킨다는 생각 뿐이었다. 물론 내가 잘 치면 주자가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도 하며 공을 기다렸다.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극적인 승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팀을 먼저 생각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샌즈는 최근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9월 17경기서 타율 0.176 무홈런 3타점을 올리는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야구로 변함 없는 신뢰를 받고 있다.
데일리 스포츠는 "시즌은 25경기 남았다. 야쿠르트, 요미우리와 3파전 우승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야노 감독은 "상태를 끌어 올려야죠"라며 샌즈의 부활을 바랐다. 막판에 연주한 쾌음을 계기로 S포(샌즈의 타격)가 살아난다"고 평가했다.
샌즈가 팀 배팅으로 주목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샌즈는 지난 21일 반테린 돔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곤즈와 원정 경기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샌즈는 경기 후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플레이가 나왔기 때문이다.
포커스가 된 장면은 9회초 무사 2루서 나왔다.
2-2 동점이던 9회초 한신 선두타자 시마다가 2루쪽 깊은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이후 2루 도루에 성공하며 찬스를 불렸다. 이 때 타석엔 샌즈가 서 있었다. 샌즈는 시마다의 도루 때 헛스윙을 해주며 주자의 진루를 돕기도 했다.
적시타 한 방이 터진다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샌즈는 1루 땅볼에 그쳤다.
바로 이 장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떻게든 1,2루쪽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려는 샌즈의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샌즈는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몸쪽 높은 볼로 들어온 공을 밀어쳐 1루수 앞으로 보냈다.
몸쪽 하이볼 존으로 오는 공을 어거지로 1루 쪽으로 보내며 2루 주자의 3루 진출을 도왔다. 1사 3루가 되는 상황.
결국 한신은 키나미의 희생 플라이가 나오며 1점을 달아날 수 있었다. 9회말을 책임 질 마무리 수아레즈가 버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쐐기점이었다.
경기 후 감독 공식 인터뷰서도 이 장면이 화제가 됐다.
야노 한신 감독은 샌즈의 팀 배팅에 대한 잘문이 나오자 "그 순간이 승부처였다. 정말 어떻게든 3루로 주자를 보내겠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주자를 3루로 보내주며 모두의 마음도 이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키나미도 그 상황에서 좋은 희생 플라이를 날려줬다. 정말 한 명 한 명이 마음을 이어가면서
샌즈는 자신이 영웅이 될 수 있는 찬스에서도 팀을 먼저 생각했다. 말 뿐 아니라 실제 야구에서도 그의 헌신은 드러난다. 샌즈가 한신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