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악재에도 고군분투하며 팬들의 박수를 받던 팀이 하루아침에 손가락 질을 받게 됐다. 오직 성적 하나만 바라보고 영웅이 아닌 빌런(villain)의 길을 택하는 모양새다.
홍원기(48)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16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현재 징계 주인 한현희(28), 안우진(22)을 1군에 부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감독은 "한현희, 안우진은 징계가 끝나면 1군 선수단에 합류시키려고 한다"며 "최근 일주일 동안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두 선수를 기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번복하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16일 징계 중인 한현희, 안우진의 1군 복귀 계획을 밝혔다. 사진=천정환 기자 |
홍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10일 한현희, 안우진의 징계에 관계없이 잔여 시즌 두 사람을 그라운드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토종 선발투수 두 명이 한 번에 이탈하며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일탈 행위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홍 감독과 키움은 한 달 만에 한현희, 안우진을 다시 1군에 부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안우진의 경우 KBO 징계가 해제되는 오는 23일부터 1군 콜업이 가능하다.
키움은 한현희, 안우진이 징계와 제이크 브리검(32)이 개인사로 임의탈퇴 되면서 후반기 순위 싸움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후반기 15승 14패 2무로 선전했고 17일 현재 시즌 승률 5할 유지와 함께 4위 NC 다이노스에 승차 없는 5위를 기록 중이다. 많은 팬들은 키움의 '원팀 야구'에 감동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모든 성과가 홍 감독의 말 바꾸기로 곧 빛이 바랠 것이라는 점이다. 홍 감독은 '성적 때문에 두 선수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부인은 못하겠다"라고 답했다. 가을야구를 위해서 수많은 비판과 따가운 시선이 뒤따르더라도 모두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 지난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 사진=천정환 기자 |
공교롭게도
[고척(서울)=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