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렸다고 믿었지만 실상은 감정에 치우친 우발적 언행이었다고 고백했다. 팬들과의 약속을 저버렸음에도 자신이 아닌 팀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문제아들에 면죄부를 준 홍원기(48)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이야기다.
홍 감독은 16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투수 한현희(28), 안우진(22)을 징계 종료 후 1군 선수단에 합류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과 한 달 전 "화가 나는 단계를 넘어서 참담하다. 두 선수는 KBO 징계와 팀 자체 징계가 끝나도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말을 뒤집었다.
한현희, 안우진은 지난 7월초 수원 원정 기간 중 숙소를 무단 이탈했다. 서울의 한 호텔까지 건너가 외부인들과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술자리를 가졌다. 방역 당국 조사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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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원기(왼쪽) 키움 히어로즈 감독과 투수 한현희. 사진=MK스포츠 DB |
팬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키움은 매년 선수단 내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돼 왔다. 홍 감독도 이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홍 감독은 이 때문에 지난달 후반기 일정 재개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프로 선수라면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성인이라면 이런 의무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반기 레이스가 시작된 지난달 10일에도 "선수들을 모아 놓고 책임감을 강조했다"고 설명한 뒤 한현희, 안우진은 징계 해제 후에도 올 시즌 잔여 경기에서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의 이 같은 결정을 가혹한 처사라고 보는 시선은 거의 없었다. 외려 선수단 전체에 프로, 성인답지 못한 행동을 한다면 주축 선수라도 가차 없이 철퇴를 내리겠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일탈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확실하게 전달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후반기 순위 싸움이 본격화 되면서 어느 노래 가사처럼 홍 감독의 약속은 새끼손가락만큼 쉽게도 꺾였다.
홍 감독은 "사건 당시 선수들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컸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격앙돼 그런(한현희, 안우진을 기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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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3일 KBO 징계가 해제되는 키움 히어로즈 투수 안우진. 사진=MK스포츠 DB |
홍 감독이 그토록 목 놓아 외쳤던
분노한 야구팬들이 "당신들이 프로는 맞습니까?"라는 질책을 하더라도 홍 감독은 할 말이 없게 됐다.
[고척(서울)=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