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구상과 계획은 틀어지게 돼 있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답변에 신중을 기한다. 후반기 치열한 중위권 경쟁 속에서 더욱 말을 가려서 한다.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비로 취소된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다음날인 8일 두산전을 앞두고도 그랬다.
↑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프로야구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다. 키움 홍원기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이날 홍 감독은 라인업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박병호 지명타자와 크레익 1루수 기용. 크레익의 수비 부담을 줄어주기 위한 것이다. 최근 들어 크레익의 타격감이 좋다. 지난 5일 고척 SSG랜더스전에 마수걸이 홈런도 쏘아올렸다. 홍 감독은 “공격에 포커스를 맞추려면 1루수나 지명타자로 나가야 공격력이 극대화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원기 감독에게 물었다. 이제 크레익의 우익수 수비를 볼 수 없냐고. 홍 감독은 “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 (우익수) 비중을 줄인다로 보시라”고 답했다.
앞서 전병우의 유격수, 김혜성 2루수 기용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던 표현이다. 전날 이와 동일한 라인업을 설명하면서, 김혜성의 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병우를 유격수로 기용한다고 했다. 최근 주장까지 맡은 김혜성은 할일이 많고, 유격수 수비 도중 실책이 늘었다. 타격도 침체 분위기다. 홍 감독이 내린 처방이었다. 그럼 앞으로 김혜성은 2루수로만 나서는가? 물었다.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세상에 계획대로, 구상대로 되는 건 없다. 특히 올 시즌 개막 무렵 키움과 후반기를 한 달 소화한 키움을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다. 개막 무렵 선발 로테이션과 동일한 이는 에릭 요키시와 최원태 뿐이다. 내야진의 변화도 많다. 외국인 타자도 바뀌었다.
선발의 든든한 한 축을 맡았던 한현희, 안우진은 방역 수칙 위반으로 KBO 징계와 팀 자체 징계 중이다. 홍 감독은 “제 구상에서 지웠다”고 말했다. 표정은 무거웠고, 목소리는 단호했다. 팀 기강을 어지럽힌 둘에게 사실상 시즌
다만 최근 들어 늘어난 홍 감독의 “구상과 계획은 틀어지게 마련이다”라는 말이 수상하게 들린다. 혹여 그럴 리 없겠지만, 원정 숙소를 이탈해 술을 퍼마시러 서울 강남으로 달려간 말썽꾸러기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잠실(서울)=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