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위 맞대결에 책임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kt위즈 사이드암 고영표(30)은 사뭇 진지해졌다. 속전속결로 LG트윈스 타자들을 막고 난 뒤, 표정 변화는 없었다. 그래도 1·2위 맞대결 얘기가 나오자 눈빛이 번쩍인다. 마스크로 반쯤 얼굴이 가려져 있지만, 눈빛은 진지하다.
고영표가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시즌 9승(4패)째를 거뒀다. 고영표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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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1 KBO 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kt 선발 고영표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
중요한 경기, 팀에 승리를 가져다 줬다. 에이스다. 올 시즌 마법사 군단의 에이스는 단연 고영표다. 태극마크를 달고 도쿄올림픽에도 다녀왔다. 후반기에도 더욱 짠물 피칭을 펼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전 “(고)영표가 후반기 들어 패턴을 좀 바꿨는데 결과가 좋다”고 기대했다.
이날 경기의 중요성은 컸다. 최근 LG는 6연승을 달렸고, 7연승까지 눈앞에 뒀다. 그러나 전날(3일) 7연승을 앞둔 NC다이노스전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반면 kt는 전날 키움 히어로즈를 대파했다. 1경기까지 좁혀졌던 두 팀은 2경기 차가 됐다. 2위와의 대결에서 에이스는 감독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했다. 고영표는 “1·2위 맞대결이라 저 스스로 더 집중하고, 긴장한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러면서 “LG 타자들이 초구에 방망이를 많이 냈다. 1회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안타를 맞고, ‘LG 타자들이 내 체인지업을 많이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카운트 잡는 직구로 땅볼을 많이 잡았다”고 설명했다. 또 “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여러 구종으로 승부한다. 때로는 좌타자에 슬라이더나 커브로 승부했다. 우타자에게는 몸쪽 투심도 던졌다”고 덧붙였다. 체인지업 마스터라고 불리는 그이지만, 이날 투심을 42개로 가장 많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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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위즈 고영표가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전에서 시즌 9승을 거둔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안준철 기자 |
이제 10승 투수도 코 앞이다. 그래도 고영표는 똑같다. “타자들이 득점 많이 해주고, 수비에서 도와줘서 좋은 경기했다. 팀이 그렇게 이겨서 기분이 더 좋았다.” 이런 에이스의 존재, kt가 선두를 질주하는 ‘힘’이다.
[잠실(서울)=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