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4)의 '후배' 로비 레이(30)가 이달의 투수에 선정됐다는 기사 제목을 봤다.
메이저리그의 동료 관계를 한국 문화에 대비한 표현이다. 대표적인 다른 사례가 감독과 선수 관계를 '사제(師弟) 관계'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표현이다. 메이저리그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감독은 예전같은 권한이 없다. 좋게 말하면 프런트와 '협력 관계'이며 나쁘게 말하면 '예스맨'이다. 프런트가 결정하면, 이를 선수를 달래가며 전달하는 것이 요즘 감독의 주된 역할이다. 구단들이 후보자를 검증할 때 '소통 능력'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 감독보다 연봉이 몇 배는 더 많다. 젊은 감독이 늘어나면서 심지어 선수가 더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제 관계하고는 거리가 멀다.
↑ 서비스타임으로 따지면 레이는 류현진의 후배가 맞다. 사진=ⓒAFPBBNews = News1 |
2021년 1월 기준 레이는 6년 7일, 류현진은 8년의 서비스타임을 기록했다. 데뷔 년도도 류현진이 1년 빠르다. 이렇게 따지면 류현진이 레이의 선배가 맞다.
구단마다 편차는 있지만,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에는 엄연히 연차에 따른 위계 질서가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 클럽하우스가 취재진에게 공개됐을 때는 그 모습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좋은 자리는 서비스타임이 오래된 노장 선수들 몫이다. '거리두기'라는 단어가 없었던 시절에는 옆 라커를 비우는 것은 베테랑의 특권이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홈구장 체이스필드의 원정 클럽하우스에는 그 팀의 '최고참' 두 명을 위한 '특대형' 라커 두 개가 마련돼 있었다.
여러 사례가 있지만, 몇 가지만 꼽아보면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우 한때 스프링캠프 기간 포토데이 때 서비스타임 역순으로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덕분에 추신수같은 노장 선수들은 여유 있게 나와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지난 2017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황재균은 당시 원정 이동 때 다른 신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뒷자리로 가서 앉으려고 했는데 '경력직 대우'를 해준 동료들 덕분에 앞자리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었다.
이 연차는 서비스타임으로 가릴 수 있다. 그렇다고 이것을 하루 단위까지 따져서 '누가 더 선배냐'를 놓고 따지는 일은 없다.
대신 서비스타임을 하루까지 따지는 일은 보다 더 중요한 일에 사용된다. '돈계산'이 그것이다.
일부 매체들이 집중적으로 다룬 연금 지급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서비스타임 3년을 채우거나 2~3년차 선수중 상위 22%안에 들어야 연봉 조정 자격을 얻는다. 최소 연봉 수준의 돈을 받다가 구단과 협상, 혹은 연봉 조정을 통해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3년의 서비스 타임을 채워 2021시즌을 앞두고 탬파베이 레이스와 연봉 조정에서 승리한 최지만 선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6년을 채우면 완전 FA 자격을 얻는다. FA 시장에서 원하는 팀을 찾을 수 있다. 물론 방출 등으로 이보다 먼저 시장에 나올 수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좋은 대접을 받기는 어렵다.
몇몇 구단들은 특급 유망주의 FA 자격 획득을 늦추게 하려는 목적으로 시즌 개막을 마이너리그에서 맞이하게 하기도 해 논란이 됐었다. 과거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류현진이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양현종(텍사스) 등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의 경우 서비스타임의 족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이들은 노사 협약 20조 B항에 명시된 "해외 주요 리그중 한 곳에서 5시즌 이상 뛴 23세 이상의 선수"로서 서비스타임 6년을 채우고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과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처음 계약한 팀에서 6년을 채울 필요가 없이 계약이 끝나면 '자유의 몸'이라는 뜻이다. 김광현이 이번 시즌 이후 FA인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 오타니는 너무 어린 나이에 오면서 다른 아시아 출신 선수들과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서비스타임 6년을 넘겼다고 해서 서비스타임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서비스타임 10년을 채우고 현 소속팀에서 5년간 뛰면 이른바 '10-5 거부권'이 생긴다. 전 구단을 대상으로한 트레이드를 거부할 수 있게된다. 트레이드 과정에서 선수가 행선지를 정할 수 있는, 이른바 '슈퍼 을'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조건을 충족할 선수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앞서 연금에 대해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서비스 타임 8년을 채우면 또 다른 복지 혜택이 있다. 평생 메이저리그 경기장을 동반 1인과 함께 출입할 수 있는 '골드 카드'가 지급되기도한다.
일각에서는 "리그 고유의 방식이 있어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했는데 계산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한마디로 메이저리그 로스터, 혹은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으면 하루의 서비스 타임이 쌓인다. 현재 노사 협약에는 약물 관련 징계를 받은 선수들은 항소를 통해 20경기 이상 경감되지 않는 이상 징계 소화 기간에는 서비스타임을 받지 못한다.
메이저리그는 경기일과 휴식일 포함 총 187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172일을 채운 선수는 "1년"을 채운 것으로 간주된다.
이같은 시스템은 노사 협약에 따른 것이다. 2022년 새로운 노사 협약이 제정되면 또 다시 변화를 맞이할 예정이다.
잡설이 길었다. 제목에 대한 답을 말하자면, 레이는 류현진의 후배가 맞다. 그러나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한 사람은 6년을 채웠고, 다른 한 사람은 '예외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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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