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상식을 깨는 투수 운영을 시험하고 있다.
실제 경기서 쓰고 있으니 시험이 아니라 실행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당할 듯 하다.
팀 불펜 투수 중 가장 구위가 좋은 조상우(27)를 셋업맨으로 활용하고 김태훈(29)을 마무리로 쓰는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
↑ 키움이 불펜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조상우를 셋업맨으로 돌리고 마무리를 김태훈으로 쓰는 상식 파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마무리 투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선수만이 맡을 수 있는 성역 처럼 여겨졌다.
"9회에는 악마가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별한 이닝으로 취급을 받았다. 잘 던지던 투수도 9회에만 마운드에 오르면 긴장감이 높아지며 실패 확률이 높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를 마지막으로 돌려 놓고 그 다음 플랜을 짜는 것이 기존 불펜의 정석이었다.
9회는 그만큼 특별하게 여겨졌다. 보통의 구위와 심장으로는 막아내기 힘든 이닝이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었다.
하지만 키움은 상식을 뒤집었다. 조상우를 셋업맨으로 돌리고 김태훈을 마무리 투수로 쓴다는 것은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를 가장 위기의 순간에 쓰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고비를 넘긴 뒤 한결 수월해진 9회는 그 다음 구위를 보여주고 있는 선수에게 맡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일 고척 kt전서 홍원기 감독은 8회 위기 상황에서 조상우를 써서 무실점으로 막았고 9회는 김태훈에게 맡겼다. 순서상 타순이 하위 타순으로 내려가고 있어 김태훈은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매이저리그에선 이미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를 9회에 쓰기 위해 아껴 두는 건 낭비라는 이론이 제기된 바 있다. 주류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만만찮은 기세로 그 이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는 경기 도중 발생할 수 있는 클라이막스 상황에서 쓰고 고비를 넘긴 뒤 맡게 되는 9회 1이닝은 그 보다는 구위가 떨어지는 투수에게 맡기면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9회가 투수들에게 주는 압박감은 실체가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9회 역시 보통의 1이닝과 같을 뿐이고 특별하지 않은 이닝이라는 것이다.
야구의 상식을 뛰어 넘는 발상이다.
보통 9회는 대단히 특별한 이닝으로 취급 받고 있다. 3점차로 벌어진 경기서 1이닝만 막아내도 세이브라는 기록을 주는 이유도 9회가 특별히 부담스러운 이닝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3점차나 난 경기서 불펜의 에이스를 쓰는 건 낭비라는 인식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이제 서서히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키움이 가장
과연 9회에는 정말 악마가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오랜 시간동안 쌓여 온 편견일 뿐인 것일까.
키움의 불펜 실험은 후반기 프로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