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축구’는 없었다. 오히려 답답한 ‘빌드업축구’ 때문에 꼬였다. 벤투호의 카타르 가는 길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0-0으로득점 없이 비겼다.
승점 1점을 확보하고 시작했지만,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다. 한국은 최종예선 일정 변경으로 초반 세 경기를 홈에서 치르는 이점을 얻었다. A조는 한국 외에 모두 중동국가다. 이날 경기를 치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이란, 레바논, 시리아다. 중동 원정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가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이라크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서울 상암)=천정환 기자 |
이라크전을 앞두고도 침대축구가 화두였다. 이미 침대축구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던 벤투 감독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며 모범답안을 얘기했다. 딕 아드보카트 이라크 감독은 “우리는 프로페셔널하다. 시간 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항변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말처럼 이라크의 경기 운영은 침대축구라고 보기에 애매했다. 오히려 빌드업이라는 철학이 확고한 벤투호의 경기 운영이 유연하지 못했다. 한국이 볼을 돌리면서, 찬스를 엿볼 때에도 이라크 수비는 정해진 위치를 벗어나지 않았다. 잘 준비한 것처럼 한국의 패스를 끊어 최전방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에게 연결해 역습을 시도했다. 한국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면도 몇 번 나왔다.
반면 한국 공격은 답답했다. 공격의 핵인 캡틴 손흥민(29)이 지워졌다. 전담 마크맨은 물론, 두 세 명이 손흥민을 에워쌌다. 그래도 손흥민 쪽으로 볼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손흥민 반대쪽인 오른쪽에서도 볼이 돌긴 했지만, 전개가 뻑뻑했다. 오히려 집중 견제를 받는 손흥민의 발끝에서 날카로운 장면이 나왔다. 물론 손흥민 혼자서는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소속팀 경기를 치르고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시차적응도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뻔한 빌드업에 흐름이 끊겼다. 볼이 손흥민으로 가는 길목을 이라크 수비들은 간파하고, 이를 대비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 후 중앙 미드필더 손준호를 빼고 남태희를 넣으며 더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이라크는 일관된 흐름과 전술을 구사했다. 12분에는 송민규, 김문환을 빼고 이용과 황희찬을 넣어 오른쪽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라크는 체력을 아끼며 역습으로 한국 골문을 노렸다.
경기 후 아드보카트 감독은 ‘버티기 작전’이 목표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벤투 감독은 “볼 순환이 빠르지 않았고, 공격진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다. 공격에서 계획한대로 되지 않은 게 있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제는 남은 9경기다. 홈에서는 많은 승리를 챙기는 게 중요하다. 험난한 중동 원정에서 승리를 따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먼저 골이라도 먹는 상황이면, 이상하리만큼 피치에 드러눕는 침대축구까지 걱정해야 한다.
이날 경기 후 손흥민은 이라크의 시간끌기에 대해 일침을 놨다. 이에 아드보카트 감독이 손흥민의 발언은 근거없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사실 이라크의 행위를 침대축구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한국의 파상공세를 막다가 또는 역습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상상황이었다. 어떻게 보면, 무승부에 대한 아쉬움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라크전을 통해서 나온 건 침대축구보다
[상암(서울)=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