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이는 없다. 사람들의 관심에선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그는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다.
LG 좌완 투수 함덕주(26) 이야기다.
함덕주는 현재 재활 중이다. 왼 팔꿈치 뼛조각이 웃자라 통증을 유발하고 있다.
↑ 함덕주가 언젠가 찾아올 지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8얼31일 이천 챔피언스 파크에서 열린 단국대와 연습 경기에 실전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 5월9일 한화전(1.1이닝 1실점) 이후 무려 115일만의 실전이었다.
그동안은 통증이 사라졌다 재발했다를 반복하며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없었다. 불펜 투구까지는 갔어도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이번엔 달랐다. 실전 직전까지 전혀 통증이 없었다. 그가 115일만에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더 중요한 건 등판 이후였다. 재활 등판은 등판 전 통증이 없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을 던진 뒤 통증이 재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함덕주는 그 고비도 넘겼다. 공을 던진 뒤에도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목표는 다시 마운드에 서는 것. 그리고 연투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불펜 투수로서 다시 가능성을 체크하는 단계가 남았다.
그러나 이런 함덕주의 몸부림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다. 당장 팀에 필요한 전력이 아닌 까닭이다. 함덕주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경기 전 감독 브리핑에서도 함덕주의 재활 상태에 대한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류지현 LG 감독도 묻지 않은 것에 대해 일부러 답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길을 함덕주 홀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당장 LG 불펜에 빈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김윤식과 진해수가 버티고 있고 김대유는 필승조 중의 필승조로 자리 매김을 했다. 좌완 투수 풍년인 상태다.
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함덕주에게 전혀 기회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당장 선발 요원이자 에이스인 수아레즈가 지난 등판서 팔꿈치 통증 탓에 2이닝 만에 조기 강판 됐다.
아직까지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언제든 부상은 재발할 수 있다. 건강하게 잘 던지던 투수 중에서도 언제든 삐걱 거리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함덕주가 재기의 끈을 놓지 않고 부단히 재활에 매달리고 있는 이유다. 누군가 잘못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재활을 마치면 팀 내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올 거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고단한 재활 과정을 이겨내고 있다.
함덕주는 LG가 '윈 나우'를 위해 라이벌 두산과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인재다.
트레이드로 내준 양석환은 이미 20홈런을 달성하며 팀의 주축 타자로 자리매김을 했다. 반면 함덕주는 아직 보여준 것이 없다.
그러나 언제든 기회는 올 수 있다. 빈 틈이 없어 보이는 LG 불펜에도 틈이 생길 수 있다. 함덕주가 바로 공을 던질 수 있는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유다.
차명석 LG 단장은 "지금 좌완 불펜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함덕주가 수술을 선택했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함덕주는 최대한 팔에 칼을 대지 않고 재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관심도 두지 않는 혼자만의 싸움이다. 하지만 그 노력은 언젠가 빛을 발할 수도 있다. LG가 절실하게 함덕주를 찾는 시간이 올 수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마지막 끈 하나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가 보겠다는 것이 함덕주의 각오다.
함덕
그것이 그가 지금도 혼자만의 싸움을 놓지 않고 있는 진짜 이유인지도 모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