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점 3.72. KBO리그라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성적이다.
평균자책점 15위권의 기록으로 나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는 다르다.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고 있는 투수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악의 시즌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 스가노는 평균 자책점 3.72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스가노가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그런 곳이 바로 NPB다. 사진=MK스포츠 DB |
클래식 스탯인 평균자책점만 나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피안타율은 0.240에 불과하고 삼진/볼넷 비율도 3.75로 괜찮다. WHIP는 1.10에 불과하다. 나름 세부 스탯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의 시선은 좀 더 냉정하다. 스가노가 에이스라는 칭호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내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동정론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 좋은 투구 내용이 더 부각될 뿐, 나름 버텨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3점대 평균자책점이면 나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평가하는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부상도 있었지만 부진까지 겹치며 4차레나 2군으로 내려갔던 선수가 스가노다. 그의 평균자책점 3점대는 의미하는 것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스가노는 양반이다. 더 좋은 성적을 찍고도 압도적이지 못하다고 비난 받는 선수가 있다.
메이저리그서 유텅한 다나카(32)가 주인공이다.
다나카는 1일 현재 평균자책점 2.73을 찍고 있다.
피안타율은 0.216에 불과하고 삼진/볼넷 비율은 4.25로 좋은 편이다. WHIP는 1.01에 불과하다.
그러나 누구도 다나카의 피칭이 압도적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어렵게 어렵게 버티고 있다는 평가만 나올 뿐이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도 칭찬을 받지 못하는 리그가 NPB다.
우리가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대목이다. 3점대 평균자책점은 2점대를, 2점대 평균자책점은 1점대를 노려야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 NPB다.
선수 흔들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 일본이지만 성공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냉정하다. 3점대 평균자책점만 찍어도 A급 투수 평가를 받는 KBO리그와는 다르다.
향상심의 문제다.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 NPB의 기본 방향이다.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들인 만큼 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야 한다는 높은 기준을 잡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은 그런 분위기에서 이겨낼 수 밖에 없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투수에 대한 평가가 후한 KBO리그와는 다르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서 일본과 수준 차이를 절감하며 노메달에 그쳤다. 일본의 풍부한 선수층과 인프라에 기어코 당하고 말았다.
"A급 끼리 붙으면 할 만 하다"는 말도 이제 과거형이 돼 버렸다. 우리의 A급은 국제 무대에서 대단히 허약했다.
A급을 만들기 위해 더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NPB의 승리였다. 패자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이스
우리도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