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NC에서 '코로나 술판' 파문이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박석민(36.NC) 이야기를 했다.
그가 주동자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박석민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여기 저기서 나왔다.
결단의 의미는 '은퇴'였다. 박석민과 오랜 친분을 쌓은 한 야구인은 "박석민은 리더십이 있는 선수다.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KBO의 징계가 나오기 전에 결단을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후배들을 보호하려 할 것이다. 자신이 모두 안고 퇴장하는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었다.
↑ 박석민이 코로나 술판 이후 후배들을 위해 은퇴를 선언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석민은 여전히 아무런 결단도 내리지 않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은퇴를 선택하더라도 그에게 쏟아지던 비난이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참작이 될 수 있었다.
후배들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결단을 내리는 선배의 모습으로 비쳐질 수는 있었다.
그게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석민은 움직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른 행보를 했다. 거짓 해명을 내놓은 이후로는 별다른 언급 없이 사태 추이를 지켜만 보고 있다.
그 사이 KBO의 징계가 나왔고 NC 구단은 대표 이사가 물러나는 큰 혼란을 겪었다. 결국 구단은 단장까지 물러나는 사태에 이르게 됐다.
그래도 박석민에게서는 아무런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구단 징계까지 나왔지만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이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사람도 없는 상태다.
박석민은 KBO로부터 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올 시즌에는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구단의 5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이 더해졌다. 내년 시즌도 오랜 시간 동안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징계가 풀린다해도 바로 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출장 정지 기긴 동안 박석민은 팀 훈련도 제지를 받을 수 있다. 출장 정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긴다면 NC가 박석민의 팀 훈련을 허용해선 안된다.
박석민은 내년이 되면 만 37세가 된다. 정상적인 훈련도 하지 못하고 50경기나 더 출장이 불가능한 30대 후반의 선수를 쓰겠다는 구단이 나올 가능성은 대단히 적다.
그것도 사회적으로까지 물의를 일으킨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박석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마지막 명예라도 지킬 수 있는 것이 스스로 은퇴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최적의 시기는 모든 징계가 나오기 전에 하는 것이었다. 징계를 기다리고 지켜본 뒤 결정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선택지가 별로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석민은 이미 아름답게 퇴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나 다름 없다. 은퇴를 선택했다해도 여론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수 있지만 후배들은 지키려 애쓴 선배로는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여기에 경찰 조사 결과까지 나오게 되면 그야말로 끝이 나게 된다.
박석민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과연 박석민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라면 또 한 번 큰 실수를 하는 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