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은 도쿄 올림픽에서 실패를 맛봤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마저 밀리며 노메달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결과적으로 대회는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모든 선택이 틀렸던 건 아니다. 성과로 돌아 온 결과물도 있었다. 무결점 투구로 거듭나고 있는 롯데 '슈퍼 루키' 김진욱(19)도 그 중 하나다.
↑ 롯데 슈퍼 루키 김진욱이 올림픽 이후 좋은 구위를 선보이며 자신을 선택한 김경문 감독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뚝심으로 밀어 붙였다. 대체 선수를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오자 주저 없이 김진욱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림픽을 통해 한국 야구의 미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김진욱은 충분히 국가를 대표할 만한 잠재력을 가진 선수다. 10년 이후의 한국 야구까지 감안하면 김진욱에게 올림픽이라는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올림픽을 거치고 나면 김진욱은 또 한 단계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김진욱은 됴코 올림픽에서 중요한 몫을 한 것은 아니었다. 승부가 기운 뒤에 주로 기용됐다. 하지만 김진욱은 그 경험을 통해 분명히 진화했다. 성적이 그 결과를 말해주고 있다.
김진욱은 올림픽 브레이크가 끝난 뒤 치른 6경기서 무실점 행진을 하고 있다. 총 4이닝을 던졌는데 문제가 됐던 볼넷이 2개만 기록 됐다.
6월만 해도 9이닝을 던지는 동안 사사구를 9개나 내줬던 김진욱이다.
그러나 23일 KT전서 2타자에게 1안타 1볼넷을 허용하며 조금 흔들렸을 뿐 나머지 경기에선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긴 이닝을 소화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어엿한 롯데 불펜의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A팀 전력 분석 관계자는 "올림픽 이전과 이후의 김진욱은 전혀 다른 투수다. 올림픽 이전에는 배짱만 있었지 구위가 뒷받침이 되지 못했다.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이 다소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볼넷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투구를 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다녀온 뒤 자신의 공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보다 믿음을 갖고 힘 있게 몰아붙이고 있다. 쓸데없이 볼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가 없어졌다. 맞을 때 맞더라도 과감하게 승부를 들어가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좋은 결과물이 계속 쌓이다 보면 더 좋은 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이후 변화구 구사 비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패스트볼로 밀고 들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신의 공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뜻이다. 패스트볼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굳이 변화구에 의존하지 않고 묵직한 패스트볼 승부를 벌이고 있다. 올림픽 이후 패스트볼 피안타율이 떨어졌다. 김진욱이 보다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의
오늘 보다 내일이 더 기대가 되는 투수가 김진욱이다. 도쿄 올림픽은 그런 김진욱에게 중요한 모멘텀이 됐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